‘한일 위안부 합의’가 위헌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각하한 헌재의 결정에 대해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기가 막히고 서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6명 가운데 강일출(91) 할머니와 이옥선(92·부산 출신) 할머니가 이번 헌법소원에 참여했다.
27일 부산 출신 이옥선 할머니와 같은 이름의 대구 출신 이옥선(89) 할머니가 나눔의 집 생활관 거실 TV를 통해 헌재 결정을 지켜봤다. 강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함께 TV 시청을 하지 못했다.
부산 출신 이옥선 할머니는 “잘못된 합의인데,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이) 기가 막히고 서운하다”며 “우리나라 대통령 박근혜가 잘못했다. 일본사람 돈을 가져와 할머니들에게 나눠주고 입을 막으려 했는데 그건 안 되는 것”이라며 한일 합의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대구 출신 이옥선 할머니도 “우리는 기대를 했는데 (헌법재판소가) 그렇게 결정할 줄 몰랐다. 답답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서운한 마음을 토로했다. 할머니들은 “다시 협상해야 한다”며 “우리 후대를 위해서라도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다.
이에 강일출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015년 3월 해당 합의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외교적으로 보호받을 권리, 재산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해당 합의는 정치적 합의이며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며 “헌법소원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민변의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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