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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역사 구로시장,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대변신 도모

서울시-문화지평, 서울미래유산 시장 아카이빙 사업<2>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구로시장이 2020년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 사업자로 지정됨에 따라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지역 명소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2016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구로시장은 1962년 문을 열어 57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시장이다.

당시 구로구에 대규모 공영주택·간이주택이 들어서면서 시장이 필요함에 따라 계획적으로 만들어졌다. 1962년 12월 11일 공영주택 입주식에는 5·16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지역이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구로시장. 1962년 9월25일 개장한 구로시장은 당시 1만8000여명의 공영주택민들을 위해 135개 점포로 개설됐다. 파란색 원이 구로시장의 위치다. 주변에는 공영주택과 간이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박정희 정권은 구로동 일대 땅을 강제수용 해 1964년부터 1974년까지 10여년에 걸쳐 ‘한국수출산업공단 구로동공업단지’를 조성했다. 이를 줄여서 부르는 구로공단이란 이름이 친숙하다. 구로시장도 강제 수용한 땅에 들어선 것이다.

구로시장은 60년대 개장 초기 포목과 한복, 여성복, 남성복 등 의류가게, 떡집, 참기름집, 먹자골목 등으로 형성됐다. 품목군은 공단 근로자들의 수요에 맞춰졌다. 떡집은 기본 수요와 시장 주변에 많았던 점집 때문에 번성했다. 떡집이 많이 들어서자 덩달아 참기름집도 늘어났다.

한복은 여성 노동자들이 명절 때 귀향길 선물로 많이 장만했다. 또 결혼 때 혼수를 이곳에서 구입했기 때문에 많이 팔렸다. 당시만 해도 명절 때 한복을 입고 귀향길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90년대 공단의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포목점도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포목점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빈 점포에 청년 창업자들이 들어왔다. ‘영플라쟈’, ‘청년상인특화구역’이란 이름으로 청년 창업자들에게 지원과 혜택을 주고 시장 활성화를 도모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두 떠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구로시장은 중소기업벤처부가 지원하는 희망사업 프로젝트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것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청년 상인들을 적극 유치해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했던 ‘영플라쟈’, ‘청년상인특화구역’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지지부진 하는 상황에서 구로시장은 2020년부터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자로 선정돼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구로시장 입구에서 죄로부터 구로시장상인회 한옥순 부회장, 모상수 회장, 인터뷰와 해설을 진행한 전상봉 서울미래유산해설사.




침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구로시장은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역사, 문화, 관광자원을 활용한 문광형시장을 추진한다. 구로시장상인회는 향후 구로시장 스스로 지역문화를 창출하고 형성하는 지역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할 필요성을 공감하고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 2014년 상인대학을 중심으로 의식변화를 꾀했고 2016년에는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등 2020년 문광형시장 육성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구로시장상인회에 따르면 구로시장은 한복 중심의 전통한복거리, 생활 패션거리, 떡볶이거리, 떡?기름, 먹자골목 등 다양한 먹거리로 특화를 이루고 있다. 구로시장 한복매장들은 우크라이나 조선인들에게 한복을 전달하는 등 구로시장을 유럽에도 알렸다. 또 중국교포 결혼식 때 한복을 지원하는 홍보마케팅을 통해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패션거리에는 유명 메이커는 없지만 값싸고 질 좋은 각종 의류를 판매하고 있어 서민층과 외국인 대상으로 적합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구로시장상인회는 문광형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정이 모이고 정이 펼쳐지는 곳, 정보가 모이고 소식이 펼쳐지는 곳, 구로시장을 통해서 팔방으로 펼쳐나가는 ‘구통팔달’ 시장‘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목표다.

문화지평의 서울미래유산 아카이빙 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구로시장상인회 모상수 회장.






구로시장상인회 모상수 회장은 “1차 아케이드 사업할 때 못한 것이 많았다”며 “TV전광판, 상가돌출간판 등과 함께 다양한 시장 활성화 사업을 문광형시장육성사업단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모 회장의 임기는 내년 10월, 차기 회장이 문광형시장 육성사업을 완수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모 회장은 “남구로시장과의 협력도 강화시키겠다”며 “과거 현대화사업을 진행할 때는 다소 거리가 생겼지만 지금은 구로?남구로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여기고 협력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 회장은 “시장떡집 같은 3대 가업을 잇는 점포, 2대를 이은 노바(남성복), 전 상인회장이 하는 신발집(믿음화점), 한성주단, 칠공주떡볶이, 국수집 등이 유명하다”며 “구로시장의 가장 큰 장점과 매력은 한마디로 여전히 따뜻한 인정과 대를 잇는 전통”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관광형(문광형) 시장육성사업이란 전통시장을 관광·문화·예술·특산품 등 지역 고유 자원과 연계한 특화시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공간 조성, 관광 상품개발, 문화콘텐츠 개발, 문화공연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08년부터 시행됐다. 이 사업을 통해 시장브랜드 구축, 지역관광지와 연계, 스토리텔링 도입 등으로 시장 매출 증대 및 고객유인에 기여하고 있다.

문화지평이 하는 ‘서울미래유산 구로시장의 가치 재조명을 통한 관광자원화 아카이빙 사업’도 문광형시장 육성사업의 마중물인 셈이다. 지역축제, 관광자원과의 연계로 전통시장 내 다양한 먹거리·볼거리·즐길거리·살거리 등의 콘텐츠 개발하고 이에 대한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국비(50%)와 지방비(50%)를 매칭해 지원한다. 그동안 시장 당 3년간 최대 18억원 이내 지원이 나왔지만 구로시장은 2년간 10억원을 지원 받는다.

문화지평 유성호 대표는 “오늘날 우리나라 전통시장은 시장 시설환경이나 서비스 운영방식, 기존 시장과의 경쟁환경, 관광자원으로서 적극 활용하지 못해 점점 낙후돼 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문광형시장 육성사업이 시설개선에만 집중하다보면 전통시장만이 갖고 있는 최고 장점인 지역 커뮤니티로써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구로시장은 역사와 전통이 깊고, 주변에 스토리텔링 요소가 많은 소소한 관광자원이 많다”며 “서울 도보관광의 주요 코스로 개발하고 남구로시장과의 시너지 마케팅을 펼치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문화정책과 미래유산팀과 비영리 민간단체 문화지평은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시장 중 중부?신중부시장, 구로시장, 서울풍물시장 등 3곳에 대한 관광자원화 아카이빙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문화지평은 서울시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시장 중에서 관광자원화 요소를 이끌어 내면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3개 시장을 선정해 '시장 가치재조명을 통한 관광자원화 아카이빙'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중부·신중부시장, 구로시장, 서울풍물시장 등 3곳을 취재해 동영상 자료와 텍스트(칼럼, 신문기사, 책자)로 기록을 남긴다. 이 사업은 서울시의 보조금으로 진행된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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