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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풍물시장은 ‘힙’과 ‘레트로’ 감성 충만한 생활사박물관

서울시-문화지평, 서울미래유산 시장 아카이빙 사업<3 끝>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한 서울풍물시장이 ‘힙’과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젊은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명소로 발돋움 하고 있다. 2014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서울풍물시장은 여러 차례 자리를 옮겨 다니며 끈질기게 역사를 이어온 시장사(市場史)에서 보기 드문 사례를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상인들의 꾸준한 노력과 서울시 지원으로 시장이 서울의 명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복고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풍물시장 자체가 완벽한 ‘레트로’ 콘텐츠이기 때문에 호황을 맞고 있다.

서울풍물시장은 황학동벼룩시장, 동대문풍물벼룩시장을 거쳐 반세기만에 가까스로 터전을 잡은 시장사에 유래 없는 히스토리를 가진 시장이다. 사진은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황학동 노점시절, 동대문운동장 축구장에 들어선 동대문풍물벼룩시장, 신설동 숭인여중 부지에 만든 현 시장 모습.




서울풍물시장은 현 자리에 자리 잡기 전까지 청계천변 황학동에서 황학동벼룩시장, 동대운동장 축구장 안에서 동대문풍물벼룩시장이란 이름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기구했던 서울풍물시장의 역사는 청계천이 복개되기 전 황학동 일대 고물상과 고물을 취급하는 노점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해방과 한국전쟁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군수품과 가정에 있던 골동품, 서적 등이 주요 취급 품목이었다.

서서히 황학동벼룩시장이란 이름으로 중고품 유통 메카가 됐다. 이는 같은 청계천을 중심으로 발달한 동대문시장, 광장시장 등 주요 공설시장과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한 것이다. 시장 역사는 장소 역사성과 맞물린다. 황학동 쪽 청계천변은 오래전부터 도시 빈민들의 무허가 거처가 즐비했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시장이 아닌 고물 위주로 유통되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60~70년대 청계고가도로와 청계천 복개공사가 이뤄지면서 천변에는 완료되고 주상복합건물인 삼일시민아파트가 들어섰다. 자연히 1층과 노점은 상업공간으로 변했고 골동품, 고가구, 헌책방이 들어섰다. 전국에서 수집된 골동품 중에서는 종종 진품도 나왔다는 소문에 골동품상들이 몰려들어 호황을 맞았다.

황학동벼룩시장에는 한때 골동품상 130여 개가 밀집한 적도 있었지만 정부의 장안평 이주 정책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에는 음반, 비디오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취급하는 유통점이 중심에 자리했다. 이러한 상점과는 반대로 노점은 꾸준히 헌옷류, 만물류를 비롯해 각종 잡화, 성인용품, 군용품을 취급하면서 주변 빈민계층의 생활용품을 공급했다.

2003년 청계천 복원사업이 시작되면서 천변 노점상들에 대한 강제철거가 집행됐다. 서울시는 대안으로 철거 노점상들을 동대문운동장과 동묘역 부근 주말 벼룩시장으로 수용했다. 이때 동대문운동장 축구장에 ‘동대문풍물벼룩시장’이란 이름으로 시장이 들어섰다. 동대문운동장마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들어서면서 철거됐고 신설동 숭인여중이 있던 자리에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서울풍물시장 2층에 있는 청춘1번가 구역. 레트로 감성을 자극할만한 것들을 모아둔 곳으로 젊은 층들한테 인기가 많다.


서울풍물시장은 2008년 4월 26일 정식 개장했다. 서울시는 80억원을 들여 총면적 7941㎡에 2층 철골 구조를 세우고 철골 지붕에 천막을 씌운 형태로 한자 ‘천’(川)를 형상화했다. 태생지라고 할 수 있는 황학동과는 불과 1km 정도 떨어져 있다. 뒷골목으로 점포들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서울풍물시장과 황학동벼룩시장을 거의 같은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서울풍물시장은 외부에 관리를 위탁하고 있다. 그래선지 온오프라인에서 기존 전통시장과 달리 짜임새 있는 관리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특색 있는 것은 취급 품목에 따라 무지개 색깔로 구획을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빨강동 음식점, 주황동 구제의류, 노랑동 생활잡화, 초록동 골동품?만물, 파랑동 스포츠의류?명품 남성복?작업복? 군복, 남색동 생활잡화, 보라동 레저용품?카메라?의류 등이다 2층에는 60~70년대 서울 시내 상점가를 재현한 테마존인 청춘1번가가 있다.

청춘1번가 안에는 옛날 아날로그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청춘이발소와 다방이 실제 영업 중이다. 또 60,70년대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청춘사진관’을 비롯한 복덕방, 대포집, 전당포, 만화방, 문구점, 추억의 교실 등 ‘청춘’에 대한 향수와 이야깃거리를 테마로 꾸몄다. 젊은 층들이 이 공간을 특히 좋아한다.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 간 세계적 시각예술가 제인 진 카이젠을 풍물시장서 만났다. 그는 오래된 물건 중 기념품이 될 만한 것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오래된 골동품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지난 20일 1층 초록동에서 만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세계적 시각예술가인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씨는 “어제 한국에 도착했는데 방문하기 2주전 친구가 이곳 시장에 대해 말해 줬다”며 “오래된 물건, 기념품이 될 만한 것 등 이것저것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 있는 물건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가구 , 탁자, 동전 등 오래되고 전통적인 물건들”이라고 답했다.





제주에서 태어나 한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카이젠은 덴마크 로열 아카데미 오브 파인 아트, 미국 캘리포니아대 예술학을 전공했다. 덴마크에서 ‘역량 있는 20인의 젊은 예술가’에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 이맘때는 제주도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거듭된 항거’란 제목의 특별 영상전을 남편 거스톤과 함께 전시한 바 있다.

청춘1번지에서 유쾌하게 웃고 떠드는 남녀 청년 4명을 만났다. 이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곳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검색어로 찾았느냔 질문에 ‘레트로’라고 답했다. 중장년 전유물로 여겨졌던 레트로가 뉴트로, 영트로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시장 방문은 의미가 크다. 시장을 찾은 이유를 묻자 이구동성으로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서울풍물시장은 장인이 3명 있다.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적 성취를 이룬 사람에게 상인회가 만장일치로 정하는 것이다. 주황동 62호에는 김태규 구두장인, 초록동 80호는 강희연 악기장인, 남색동 157호는 이영달 시계장인이 시장을 대표하는 장인이다. 연로함 탓에 점포를 못 여는 경우도 있지만 시장의 휴먼웨어 중심 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풍물시장상인회 정성태 회장은 “이 곳 시장은 세계적 명소가 될 만한 충분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초대, 5,?6대 연임 등 세 번째 회장 직을 맡고 있는 신망이 두터운 상인이다.




서울풍물시장상인회 정성태 회장은 “우리 시장은 없는 물건이 없고 없는 거 빼놓고 다 있는 전 세계를 찾아 봐도 유일무이하다”며 “시장 자체가 거대한 서울생활사박물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서울풍물시장 초대회장을 거쳐 5, 6대 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장 냉난방공사를 진두지휘해 쾌적한 쇼핑 환경을 만들었다. 냉난방 공사와 함께 내부 환경도 정비했다. 이후 가족단위와 젊은 층 고객이 늘었다. 상인들 컴퓨터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구축을 염두 해서다.

정 회장은 “1억원 짜리 희귀 우표부터 1차산업인 식품을 뺀 모든 물건이 다 있는 곳”이라며 “고객편의를 위해 주차장 타워를 올리고 잔여부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세계적인 명소로 성장 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서울미래유산 시장 아카이빙 사업 수행기관인 문화지평 유성호 대표는 “서울풍물시장이 생겨난 역사적 배경, 황학동벼룩시장과 이어지는 거대한 구제 상권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업문화콘텐츠”라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독특함과 최근 들어서는 젊은 층이 좋아하는 ‘힙’, ‘레트로’ 요소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매력을 가진 곳”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100년 후 후손들에게 물려 줄 보물인 서울미래유산이라는 공인된 타이틀도 이곳의 매력을 한층 더 높이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문화지평은 서울시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시장 중에서 관광자원화 요소를 이끌어 내면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3개 시장을 선정해 '시장 가치재조명을 통한 관광자원화 아카이빙'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중부·신중부시장, 구로시장, 서울풍물시장 등 3곳을 취재해 동영상 자료와 텍스트(칼럼, 신문기사, 책자)로 기록을 남긴다. 이 사업은 서울시의 보조금으로 진행된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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