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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콜럼버스, 신대륙에 소·말 방목

1494년 육류 소비 세계화





1494년 1월2일 스페인 탐험가 일행이 아이티의 캡아이티언 부근에 닻을 내리고 특별한 짐을 풀었다. 하역품은 ‘종마 24마리와 어미 말 10마리, 정확한 숫자가 파악되지 않는 소’. 미국의 사회·경제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역저 ‘육식의 종말’에서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가축 하역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 ‘그 동물들과 후손은 운명적으로 신세계의 면모를 뒤바꿔 놓았으며 3세기 후에는 산업혁명 못지않은 엄청난 혁명을 몰고 왔다.’ 미주 대륙 전체에 퍼진 소와 말이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얘기다.

소와 말을 하역한 당사자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50대 초반으로 두 번째 신대륙 항해에 나선 그는 첫 번째 항해와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 지위가 달라졌다. 못 미더운 탐험가에서 1차 항해 성공으로 해군 제독에 신대륙의 부왕 지위까지 보장받은 그는 꺼릴 게 없었다. 탐험대의 규모도 커졌다. 작은 범선 3척에 선원 89명이 나섰던 1차 항해와 달리 2차 항해에서는 17척에 선원 1,500명을 지원받았다. 전폭적인 지원 배경은 돈. ‘신대륙에서 나오는 금은보화로 폐하는 막대한 군사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던 콜럼버스의 보고서가 스페인 왕실의 귀에 쏙 들어왔다.



막상 2차 항해에서 금을 찾지 못하자 콜럼버스는 잔인하게 원주민들을 죽이고 물품을 빼앗았다. 콜럼버스 선단의 ‘강요된 교환’으로 구대륙의 소와 말뿐 아니라 전염병도 같이 신대륙에 들어왔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 균 쇠’에 따르면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유럽의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원주민이 죽어 나간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남미 팜파스에는 유럽에서 들어온 소와 말로 뒤덮였다. 콜럼버스를 시작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탐험가, 사제들이 풀어놓은 소와 말은 자연 상태에서 수백만 마리로 불어났다. 결정적으로 멕시코 독립전쟁(1810~1821년) 당시 방치된 사육 가축들이 야생화해 저절로 늘었다.

남북전쟁 종결 무렵 텍사스에만 스페인 원산의 롱혼 종이 350만마리가 돌아다녔다. 한겨울에도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축복받은 환경에서 자란 소들을 채집하면서도 미주의 목축산업이 싹텄다. 냉동기술의 발달은 목축업을 글로벌 산업으로 이끌었지만 그늘도 깊게 파였다. 기업적 사육을 위한 생태환경 파괴로 인류는 육식의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목축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개척자들의 후손들은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아직도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이 큰 집단으로 손꼽힌다. 라틴아메리카의 성장 정체와 가난에도 그들의 기득권은 수백 년째 여전하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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