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수천만원을 훔쳐 달아났던 30대 피의자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7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 완산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된 A(35)씨와 B(34)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3분쯤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뒷편 희망을 주는 나무 주변에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6,000여만원이 담긴 기부금 박스를 훔친 혐의를 받는다.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는 주민센터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후 목격자 진술과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과 함께 주민 등을 상대로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수사 도중 지난달 26일부터 주민센터 주변에 세워져 있던 SUV 차량 1대가 수상하다는 주민 제보와 함께 해당 차량 번호가 적힌 쪽지를 받았다.
이후 수사는 급물살을 탔고 충남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이들을 붙잡았다. 또 용의자들이 갖고 있던 기부금 6,000여만원도 전액 회수했다.
이들은 범행 전날 자정 무렵 논산에서 출발해 오전 2시께 주민센터에 도착한 뒤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난 오전 10시까지 8시간 동안 차량 안에서 기다렸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를 통해 이 시기에 ‘얼굴 없는 천사가’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라며 “컴퓨터 수리점을 한 곳 더 열기 위해 기부금을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천만원이 담긴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사라져 붙여진 이름이다.
경찰이 회수한 성금이 주민센터에 전달되면 천사가 올해까지 20년간 놓고 간 돈의 총액은 모두 6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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