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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라이프
[休]기차가 서지 않는 능내역, 사랑과 추억이 머물다

■경기 남양주

첩첩산중·굵은 강줄기가 만든 절경속

제 할일 다하고 조용히 숨어있는 능내역

열차카페 열어 자전거 나들이객 맞아

복고 열풍 따라 데이트 코스로 입소문

'동방사찰 제일의 전망' 극찬한 수종사

한눈에 들어오는 두물머리에 근심 싹

운길산 자락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줄기가 만나는 경기 남양주 조안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남양주에서도 첩첩산중과 굵직한 강줄기가 유독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는 이곳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차가운 강바람의 향기를 맡으며 올라오다 보면 작은 간이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안면 능내리, 팔당역과 양수역 사이에서 이제는 폐역이 된 능내역이다.

복고 열풍을 청춘들의 데이트 장소로 부상한 능내역 앞에서 한 연인이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956년 개통한 능내역은 수십년간 이 지역 주민들이 서울로 통학·통근하는 데 애용한 곳이다. 한때는 근처에 있는 다산 정약용 생가를 보려는 여행객들로 붐볐으나 중앙선 광역 전철 운행구간이 국수역까지 연장되고, 기차가 역을 지나가지 않게 되면서 2008년 폐지 절차를 밟았다.

무궁화호 객차를 개조한 ‘열차 카페’. 새단장을 위해 잠시 문을 닫은 카페는 하반기부터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기차역으로서는 더는 기능하지 않게 됐지만, 능내역은 또 다른 쓰임새를 찾았다. 2011년 구 중앙선 철로가 자전거도로로 재탄생하면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러 온 자전거 나들이객들이 도로와 인접한 능내역을 쉼터로 삼게 된 것이다. 오래된 작은 간이역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은 능내역은 이후 고장의 옛이야깃거리와 행랑객들의 새로운 추억거리를 담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에 발맞춰 능내리 연꽃마을 주민들은 능내역 앞에 무궁화호 객차를 개조한 ‘열차 카페’를 열어 따뜻한 차를 판매하기도 했다. 열차 카페는 현재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잠시 문을 닫았지만, 하반기부터 다시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무궁화호 객차를 개조한 ‘열차 카페’ 실내.


능내역은 최근 복고 열풍을 타고 2030 청춘들의 데이트 장소로 부상하고 있다. 역사로 입구에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나무로 된 빨간 우체통이 호젓하게 서서 시간을 되돌려 놓는다. 세월의 무게 때문에 한쪽으로 기울어진 낡은 의자, 역사 안팎에 걸려 있는 남양주의 흑백사진들은 이곳에서 기차를 탔던 세대에게는 기억 속 아련한 옛 추억을, 능내역에서 열차를 이용해보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기자가 능내역을 찾은 날에도 젊은 연인들이 역사 앞 벤치에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곧게 뻗은 철도 위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경기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에 있는 능내역.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나무로 된 우체통이 역사 앞을 지키고 있다.


능내역 안에는 남양주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흑백사진이 전시돼 있다.


운길산 수종사의 중심 불전인 대웅보전.


시간이 멈춘 듯한 능내역에서 옛 정취를 충분히 느꼈다면 조선 전기 학자 서거정이 ‘동방 사찰 중 제일의 전망’이라고 극찬한 수종사로 발길을 옮겨보자. 북한강로를 따라 차로 15분을 이동하면 송촌리 수종사에 도착한다. 차도는 도로 폭이 좁고 급커브 구간이 많으니 운전이 미숙하다면 운길산역에 주차한 뒤 걸어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수종사까지는 2㎞ 남짓으로 걸어서 1시간 정도의 거리다. 짧지 않은 산길이지만 중간중간 수풀 사이로 보이는 강의 정취는 걸어 올라가는 이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수종사에서 두물머리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수종사는 그 기원이 불분명하다. 고려 태조 왕건이 운길산 위에서 솟아나는 이상한 구름을 보고 가보았더니 우물 속에 구리로 된 종이 있어 그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도 하고, 세조가 두물머리에 유숙하던 중 종소리를 듣고 깨어나 주변을 살펴보니 바위굴의 물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어 이 같은 이름을 지었다고도 한다. 다산 정약용은 ‘유종사기’에서 수종사를 신라 시대에 지은 오래된 사찰이라고 소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자료는 아직 발견되지 못했다.

500년 넘게 수종사를 지킨 보호수 은행나무.


수종사에 도착하면 여러 보물급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태종 이방원의 딸 정혜공주를 위해 조성한 남양주 수종사 사리탑은 지난해 보물 제2013호로 승격됐다. 이 외에도 탑신에서 불상·보살상 등 18점의 유물이 발견된 보물 제1808호 팔각 오층석탑 등 조선 초기 승탑이 잘 보존돼 있다. 500년 넘게 수종사 터를 지킨 35m 크기의 은행나무도 볼거리다. 오대산 상원사 문수보살을 만나 부스럼을 치료받은 세조가 절을 중창할 당시 심었다고 한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본 두물머리 풍경.


하지만 수종사가 간직한 최고의 보물은 해발 400m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의 경관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섞이는 두물머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예부터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곳이다. 조선의 화가 겸재 정선은 경교명승첩을 통해 수종사의 풍광을 담아냈고, 문인화가 정수영은 한강과 임진강을 여행하며 그린 한·임강명승도권에서 수종사에서 내려다보이는 광주의 전경을 그렸다. 신록과 단풍·설경 모두 아름답고 일출과 일몰 때도 저만의 장관을 뽐내니 일 년 중 언제 찾아가도 좋다.

이곳은 정약용이 다선(茶仙) 초의선사와 함께 자주 차를 즐긴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를 계승하기 위해 사찰 한쪽에는 다실 삼헌정이 세워져 있다. 명당에 앉아 은은한 차 향기를 즐기기에 좋은 이곳에서 차 우리는 법과 마시는 법, 청소하는 법까지 배울 수도 있다. 가격은 무료이며, 마음이 닿는다면 입구 안쪽에 있는 시주함에 자유롭게 내면 된다.
/글·사진(남양주)=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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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칼 세이건이 책 ‘코스모스’를 쓰고 아내에게 남긴 헌사입니다.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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