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그랜드 오픈을 앞둔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잠실점 1층. 초록색 인조잔디에 캠핑용 의자, 캠핑카 등이 설치된 미니 카라반 캠핑장이 펼쳐졌다. 가전제품을 구경하러 온 고객들에게 뜻밖의 물음표를 던져주는 이 공간은 프리미엄 레저 활동의 즐거움을 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사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민소득 4만 달러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는 프리미엄 레저 활동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이 같은 공간을 마련했다.
2층으로 올라서자 소파, 침대, 빌트인 냉장고 등을 모아둔 ‘라이프스타일 라운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가전제품과 어울리는 다양한 가전 연계 MD를 제안한다. 모던한 디자인의 에어컨을 구매한 고객이 이와 어울리는 북유럽 스타일의 침대까지 함께 구입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마치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의 랜드마크인 츠타야 서점처럼 메가스토어 잠실점이 관광 명소로도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주요 브랜드의 매장은 프리미엄 가전 제품이 배치된 실제 방 안처럼 꾸며 고객들이 이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면서 “메가스토어는 고객들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의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커머스’로 진화하고 있다. 유통 산업의 흐름이 e커머스로 급격하게 기울자 단순한 판매를 넘어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요소를 강화하는 식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이다.
메가스토어 잠실점이 캠핑족의 취향을 겨냥하듯,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고객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수요를 공략한다. 롯데백화점이 올 상반기 중 오픈하는 의식주 토탈 큐레이션 매장 ‘시시호시’가 대표적이다. 시시호시는 시간, 날, 월, 년 등 4개의 콘셉트에 맞춰 고객에게 다양한 주제의 의식주 상품을 제안한다. 예컨대 ‘엔틱’을 주제로 삼은 날에는 엔틱 풍의 잡화, 리빙, 의류 등 제품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리빙 편집 매장에 국한됐던 ‘살립샵’을 먹거리와 패션 등으로 넓혀 고객이 본인의 취향에 부합하는 제품을 한번에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면서 “고객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매장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큐레이션 매장은 체험형 공간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고객이 피부에 와 닿는 경험을 할 때, 본인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체화하고 결국 이것이 구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연 편집숍 ‘코너스’도 매장 절반에 해당하는 공간을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이곳에서는 가죽 공방이 열리고 뜨개질 강좌가 진행된다. 상품과 고객의 삶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최근의 백화점들은 상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여가의 형태를 제안하기도 한다.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추고 ‘더 멋진 삶’과 ‘더 즐거운 삶’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이다. 도시의 가족들은 쉬는 날 마땅히 갈 데가 없는데 백화점이 이들에게 새로운 여가를 제안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전체 영업면적의 30% 가량이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며 대구신세계는 25%에 이른다. 센텀시티점은 탐험과 놀이, 휴식을 테마로 구성된 ‘주라지 공원’, 서점, 아이들을 위한 직업 체험 공간 ‘키자니아’, 스파랜드, 골프레인지까지 갖췄다. 대구신세계는 이 지역 최초의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트램폴린파크, 영화관, 서점, 테마파크까지 설치하고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여가를 제안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앞으로 기존 점포들도 이같은 ‘쇼퍼엔터인먼트’ 형태로 리뉴얼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집객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 체류시간과 객당 지출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일반 백화점의 고객 체류 시간은 평균 2~3시간 정도지만 쇼퍼테인먼트 백화점은 5시간 가량으로 2배 정도 높다”면서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연관 구매가 일어나 자연스럽게 객당 지출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신세계 측은 센텀시티점과 대구신세계의 객단가가 전 점포 평균보다 20%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허세민·맹준호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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