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미국 소송과 관련해 삼성의 100억원대 비용 대납 혐의를 받는 이명박(79) 전 대통령의 항소심이 오늘 15개월 만에 마무리된다. 2심 최종 선고는 다음 달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8일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 재판에선 이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최종 변론을 진행하고 검찰은 구형을 한다. 지난 2018년 10월 이 전 대통령이 항소장을 접수한 이후 15개월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349억원가량을 횡령하고 삼성전자(005930)가 대신 내준 다스의 미국 소송비 대납 분을 포함해 총 110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다스가 대납한 미국 소송비 중 61억여 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과 김소남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에게 받은 23억여 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10만 달러 등 85억여 원의 뇌물 혐의를 인정하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 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 2심은 지난해 2월 법원 인사로 재판장이 변경되면서 한 차례 지연됐다. 이후 같은 해 3월 법원으로부터 보석(보증금 등을 내건 석방) 결정까지 받으면서 한결 더 여유로운 일정으로 재판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판이 다소 늦어진 만큼 지난해 6월까지는 선고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항소심은 검찰의 추가 기소로 또다시 길어졌다. 검찰은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전 대통령의 추가 뇌물 수수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넘겨받은 뒤 이를 공소장에 추가했다. 삼성이 2008년 미국 법인계좌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로펌 에이킨 검프에 430만 달러(약 51억6,000만원)를 송금했다는 혐의다.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혐의 액수는 기존 67억7,000만원에서 119억여 원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최도석 전 삼성전자 경영총괄담당 사장은 법정에 나와 “에이킨 검프 변호사에게 자금 지원 얘기를 들었다”며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제공하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지난달 9일 에이킨 검프로부터 받은 회신 자료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자료에는 에이킨 검프 측이 삼성과 다스에 발송한 인보이스(송장) 38건이 포함됐다.
법조계에선 이 전 대통령 뇌물 수수액이 2심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만큼 검찰 구형량도 1심보다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이 1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을 구형한 점을 감안하면 오늘 결심에서는 최소 20년 이상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다.
재판부는 이날 심리를 마무리한 뒤 다음 달 중 선고 공판을 열 계획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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