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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구두닦이 소년과 신사

1839년 파리 최초의 사람 사진

1839년 프랑스 파리, 최초의 사람 사진.




1839년 1월9일 이른 아침 파리 탕플 거리. 템플기사단의 본거지였으며 프랑스 혁명기에 국왕 루이 16세 일가가 유폐됐던 탑과 가까운 장소에서 루이 다게르(당시 51세)가 번화한 거리를 피사체로 잡았다. 렌즈를 고정한 다게르가 조리개를 연 시간은 무려 10여분. 자신이 40세에 개발했던 사진술인 ‘다게레오타이프(은판 사진법)’는 피사체를 사진으로 옮기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다. 은도금 동판에 수은 증기로 이미지를 형성하려면 긴 노출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노출시간이 길어 달리는 마차와 걸어 다니는 사람은 잡히지 않고 거리만 찍혔지만 자세히 보니 사람 둘의 형상이 나왔다.

모자를 쓰고 장화를 닦는 신사와 구두닦이 소년이 사진 왼쪽 하단부에 검은 형상으로 인화된 것이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신사와 소년은 오랜 시간 큰 움직임 없이 한자리에 있었기에 사진에 담긴 최초의 인간이 됐다. 다게르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사람이 들어간 최초의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 노출되는 자체가 영혼의 일부를 빼앗기는 것이라고 인식되던 사진의 여명기에 다게르의 ‘탕플 대로의 광경’은 역사로 남았다. 미국에서 1848년에 촬영된 ‘흰색 셔츠를 입은 두 사람’이 최초의 인물사진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갈수록 다게르가 최초로 인정받는다.



딱 한 장의 사진만 인화할 수 있는 은판 사진법으로 사람이 촬영된 후, 사진 기술의 발달은 눈부실 정도다. 1887년에는 2,000분의1초의 셔터 속도로 달리는 말을 찍는 수준에 올랐다. 사진의 발달에 따라 눈으로 보지만 감각으로만 여겼던 순간의 세계가 인화되면서 사람들의 인식 수준도 깊어지고 넓어졌다. 사진은 큰돈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장에 출품된 사진 가운데 ‘라인강 2’라는 대형 사진은 2011년 경매에서 433만달러에 팔렸다. 호주의 사진가 피터 릭의 아마존 계곡에서 빛과 먼지가 빚어낸 유령 형상 사진 ‘팬텀’은 650만달러를 호가한다. 미국 여배우 브룩 실즈의 10세 때 목욕탕에서 나신을 촬영한 작품도 390만달러를 받았다.

현대사회에서는 스마트폰을 보유한 4억3,900만명이 사진작가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특별한 장비와 기술이 필요하던 사진의 세계가 시간의 흐름 속에 대중에게도 활짝 열린 셈이다. 갈수록 화질이 좋아지는 스마트폰 시대에 무엇을 찍을까. 최초의 사람 사진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바쁘게 돌아가던 탕플 거리의 인파 중에 움직임이 적었던 두 사람이 가장 오래 남았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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