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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살아있는 권력 수사하지 말라는 건가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참모진을 전원 교체하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기어이 단행했다. 법무부는 인사 제청에 필요한 검찰총장의 의견청취 절차를 두고 대검과 공방을 벌이다가 8일 오후7시30분께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13일자로 발령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의혹과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해왔던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줄줄이 교체돼 한직으로 물러났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지휘해온 간부들을 모조리 교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수사에 대한 차질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수사를 하고 있는 윤석열 사단의 지휘부를 완전히 교체한 점이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각각 전보시켰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 각각 현 정부 출범 후 서울중앙지검장 2·3차장을 맡아 적폐 수사를 총괄해오던 사람들이다.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강남일 대검 차장은 대전고검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이원석 대검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좌천됐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급으로 승진 발령내면서도 비수사 보직인 법무연수원장으로 보임했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담당한 핵심을 제거해 검찰 내에서 이른바 ‘수요 대학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윤 총장의 핵심 측근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전진 배치됐다.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낸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했고 노무현 정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은 핵심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에 보임됐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그동안 조 전 장관을 비롯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지나치다며 틈이 날 때마다 검찰을 공격해왔다.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수사 지휘 라인을 일거에 교체한 것은 인사권을 내세워 수사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윤 총장의 수족을 자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에는 급격한 제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새로 임명된 간부들은 업무파악을 위한 시간이 필요해 지체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친청와대적인 성향이 강한 이들이 수사에 얼마만큼 의지를 보일 건지가 문제다. 야당에서 “문재인 정권 스스로 수사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셀프 면죄부용 인사 폭거”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가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에서 벗어나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던 일선의 우수 검사들을 적극 중용했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정부는 이런 인사를 해놓고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하라고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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