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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민항기 격추 자인한 이란…反정부시위 재점화

사고 사흘만에 "실수로 생긴 일"

美 경제제재 조치 잇단 발표속

유럽과 관계 유지 시도로 분석

이란 고립주의에 변화 관측도

테헤란선 이틀째 시위 이어져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퇴를"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이란 내 반정부 시위 움직임이 다시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피격 사고로 이란 지도부에서는 온건 성향의 대서방 협상파에 힘이 실려 이란의 고립주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군 당국은 이날 오전 이란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는 사람의 실수로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상공에 있는 항공기를 적기로 오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설명이다. 테헤란발 키예프행 우크라이나 여객기는 지난 8일 오전6시12분께 테헤란 외곽 이맘호메이니공항에서 이륙한 지 약 2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모두 사망했다.

사고 직후 피격 가능성을 부인해온 이란이 격추 사실을 인정한 것은 격추 정황과 증거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추락 당시 영상 등 뚜렷한 스모킹건 증거가 잇따라 공개되는 상황에서 자칫 부인 정책을 이어갈 경우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수 있어 뒤늦게나마 이를 인정하고 대응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이란의 움직임은 유럽 국가들과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시도라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요구를 거부하며 “이란을 비롯해 영국·독일·러시아·중국 등 다른 합의 당사국과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핵합의 탈퇴 의사를 밝힌 이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가운데 뒤늦게 사고 원인이 드러날 경우 미국과의 관계 악화 속에서 이란은 얼마 남지 않은 서방국 우군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아미르카비르 대학 앞에서 학생들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8일 테레한 서부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자신들의 미사일로 격추됐다고 시인하자 대학생 수백명이 학교로 모여 이란 군부와 정부를 비판했다. /테헤란=EPA연합뉴스




군사대응 자제를 천명한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0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8명의 이란 고위관료와 함께 철강·알루미늄·구리 제조업체 등을 제재 대상으로 하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와 함께 중국과 세이셸제도에 본사를 둔 3개 법인의 네트워크를 제재대상에 올렸고 이란이 생산한 금속의 매매와 이란 금속업체로의 부품 제공에 관여한 중국 선박에도 제재를 부과했다.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 이후 잠잠했던 반정부 시위도 재점화하고 있다. 이란 대학생 수백명은 11일 오후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공과대 앞에 모여 혁명수비대 등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야권의 ‘녹색운동’을 이끄는 메흐디 카루비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사퇴를 요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2일에도 학생 수백 명이 테헤란의 샤히드 베헤쉬티대학에 모여 “그들(정부)은 우리의 적이 미국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민간 항공기 격추 사건으로 이란 지도부가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면서 온건 성향의 대서방 협상파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협상파의 목소리가 커지면 핵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제한 규정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고립주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이란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와의 관계가 단계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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