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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2020 북핵 위기에 대비해야

■ 김홍균 동아대 계약교수·前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北, 대미협상서 양보 얻기 어렵자

대놓고 핵전력 보유 의지 드러내

신형 ICBM·다탄두 발사 배제못해

美 대북압박 캠페인 적극 동참 필요





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선물’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의로 정한 연말 시한에도 별일 없이 지나갔지만, 북한은 2020년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예고편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마지막 나흘 동안 계속된 당 전원회의를 종료하며 행한 연설에서 현 정세를 미국이 겉으로는 대화·협상 간판을 내걸지만 본심은 북한의 힘을 소모 약화하려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는 불가피하게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당한 고통을 되갚아줄 “충격적인 실제행동”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미국에 약속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지에 더 이상 얽매일 근거가 없고, 머지않아 세계는 북한이 보유할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취할 핵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대북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며 여운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설문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처음부터 비핵화할 생각이 전혀 없던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대놓고 핵전력 보유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지속되는 한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쟁취한 핵전쟁억지력 강화에 매진하라고 독려한다. 2018년 이후 한반도에 평화가 다시 찾아왔다고 자평하는 동안 북한이 무엇을 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둘째, 북한이 핵·ICBM 실험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고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한 만큼 북한이 기술적 준비를 완료하는 대로 전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할지에는 여러 추측이 있다. 최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에서 신형 엔진 출력 실험을 한 점에 비춰 인공위성 발사를 가장한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 이 경우 평화적 목적의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해 중·러의 지원사격을 얻어낼 수 있으나 호언장담한 전략무기 위협이 무색해지는 면이 있다. 지난해 바지선에서 발사한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신형 3,000톤급 잠수함에서 해상발사하는 방법도 있다. 성공하면 미국의 1차 핵 공격에 살아남을 수 있는 2차 공격능력 보유를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 화성 15호를 뛰어넘는 신형 ICBM 발사도 상정해볼 수 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미국·러시아 등의 ICBM 개발 단계 전례에 비춰 다탄두(MRV) 미사일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셋째, 북한은 전략 도발의 구체 시기와 수준을 언급하지 않고 앞으로의 행동을 미국의 태도에 결부시킴으로써 막판 타협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력갱생으로 버티면서도 제재 해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기회를 잡겠다는 속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쉽지 않은 재선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은 최적의 옵션을 찾고 있을 것이다.

새해 벽두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살해로 촉발된 중동 위기가 북한의 향후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하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북한이 예고한 도발은 결국 일어난다는 가정하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북한이 전략 도발을 감행할 경우 우리는 미국이 추진할 대북 ‘최대 압박 2.0’ 캠페인에 적극 동참해 느슨해진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다시 촘촘히 짜야 한다. 한미연합훈련 재개, 미 전략자산의 증강 배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정식 배치를 포함한 미사일 방어망 확충 등 우리의 대북 억지·방어력 복구작업에도 즉각 착수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협정, 전작권 전환 등 한미 동맹현안을 변화된 정세에 맞게 상호호혜적으로 해결하고,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복원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정부는 북한의 의도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맹목적 남북협력 우선 전략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기회를 날린 바 있다. 2020년에 닥칠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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