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무고하게 처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고 사과했다. 억울하게 희생된 지 72년 만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20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선고 공판에서 철도기관사로 일하다 처형당한 고 장환봉(당시 29세)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사과했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여순사건 희생자들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돼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무죄 판결의 배경을 밝히던 김 부장판사가 한때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 부장판사는 “장환봉은 좌익, 우익이 아니라 명예로운 철도공무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70여년이 지나서야 (판결이) 잘못됐다고 선언하게 되었는데, 더 일찍 명예로움을 선언하지 못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948년 당시 군법회의에서 장씨에게 적용한 내란과 국권문란죄에 대해 “범죄사실의 증명이 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장씨와 함께 재심 재판 피고인이었던 신모씨 등 2명은 재심청구인이 사망해 사건이 종결됐다. 장씨의 딸 장경자(75)씨는 “만시지탄”이라면서 “국가가 이제야 늦게나마 사과를 했는데 여순사건 특별법이 하루 빨리 제정돼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씨는 1948년 10월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돼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권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곧바로 형이 집행됐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증거 요지가 기재되지 않았고 순천 탈환 후 22일 만에 사형이 선고·집행된 점 등을 이유로 장씨 등이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구속됐다고 보고 지난해 3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