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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비자발적 1인가구 급증...빈곤 등 해소 위해 사회안전망 확충 필요"

<이중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작년 1인가구 비중 29.8%로 사상 첫 4인가구 추월

35.9%가 월평균 소득 200만원 안돼...삶의 질 열악

英 등 정서적 교감 나눌 수 있는 공동주택 공급 주력

고독사 등 방지 위해 지역재생·커뮤니티 유지 바람직





이중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2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혼자잘살기연구소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비자발적인 1인 가구의 경우 빈곤을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현기자


지난해 1인 가구 비중이 29.8%를 차지하며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가족 형태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8년만 해도 ‘부부+자녀’가 30.5%, 1인 가구가 29.2%였는데 이런 흐름이 처음으로 역전된 것이다. 사별·이혼·별거 외에 만혼과 비혼이 1인 가구 급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인 대가족에서 4인 가족 중심의 핵가족으로, 다시 1인 가구로 한국 사회의 가구 형태가 급변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1인 가구를 사회적 측면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조차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1인 가구가 대세로 자리 잡은 유럽 등 선진국들의 경우 주거 지원으로 공동체 유지를 도모하는 한편 사회적 돌봄을 통해 1인 가구의 정서적·신체적 건강에 힘쓰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말 1인 가구가 밀집한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원룸촌에 ‘혼자잘살기연구소’를 연 이중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1인 가구에 배태된 다양한 문제에 입체적으로 접근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이 교수는 20일 혼자잘살기연구소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능동적이면서 자발적으로 혼삶(혼자사는 삶)을 택한 1인 가구보다는 비자발적이면서도 수동적인 1인 가구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비자발적인 1인 가구의 경우 미래에 빈곤을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과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인 가구 급증은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다.

△북유럽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 스웨덴은 1인 가구 비중이 56.6%에 달하고 리투아니아·덴마크·핀란드·독일 등도 40%를 넘겼다. 우리나라의 경우 급격히 진행되는 만큼 20년 이내 1인 가구 비중이 50%에 달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왜 이렇게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난다고 보는가.

△급속한 기술 발전 덕분에 개인의 생산성은 높아졌고 과거에는 함께 해야 했던 일의 상당 부분을 개인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개인 혼자 할 수 없다고 해도 결국 아웃소싱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일의 영역은 물론 생활 영역에서도 개인의 해결능력이 높아지게 됐다.

-아직은 1인 가구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은 면도 있는데.

△한국 사회의 장년층 이상은 대가족 체제에서 자랐다. 조부모·부모·삼촌이나 고모·형제들로 구성된 대가족이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가족이었던 때가 불과 몇십년 전이다. 그러다가 부부와 두 자녀가 함께 사는 4인 가구가 보편적인 형태가 됐다. 그때도 핵가족 사회가 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문제 없이 잘 넘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4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 변화하면서 여러 문제와 맞닥뜨리겠지만 4인 가구가 한국의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것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고 보면 된다.

이중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20일 관악구 신림동 혼자잘살기연구소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비자발적인 1인 가구의 경우 빈곤을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승현기자


-1인 가구가 보편적 형태가 된다는 것은 인구 수의 절대감소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추세상 결혼이나 출산율 증가는 쉽지 않을 것 같다. 1인 가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점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가 3,500만명 내외 수준에서 평형을 이루지 않을까 예측한다. 학술적으로 검증한 수치는 아니지만 한반도에서 인구 수의 절대증가는 이제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적극적인 이민정책과 정보기술(IT) 등을 통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1인 가구 내부에서도 여러 층위로 나뉘는데.

△혼삶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거나 가족의 간섭을 피해 독립했다면 자발적 혼삶에 속한다. 능동적으로 1인 가구를 선택한 경우로 관계의 독립성이 목적이 된다. 자발적 혼삶에 지치면 돌아갈 대안이 있는 편이다. 반면 일자리나 학교가 집과 멀어 어쩔 수 없이 혼삶을 선택했다면 비자발적 혼삶이 된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경우다. 많은 혼삶이 이 경우에 속한다. 개인이 결정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비자발적 혼삶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혼자잘살기연구소는 비자발적 1인 가구에 주목한다고 했는데.



△혼자잘살기연구소라고 했을 때 혼자만 잘살겠다는 거냐며 농담을 건네는 분도 있었는데 혼자라도 잘살자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고 보면 된다. 혼자서도, 혼자지만 정서적·육체적으로 피폐하지 않고 건강한 상태로 살아가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보살핌이 필요한 비자발적 1인 가구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경제력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말인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의 35.9%는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이다. 소득 100만원 미만도 11.3%에 달했고 200만~300만원 미만의 경우는 35.7%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400만원 이상인 1인 가구는 11.3%에 그쳤다. 1인 가구의 53.2%는 상용직 임금근로자였으며 25.8%는 임시·일용직근로자로 집계됐다. 그러다 보니 1인 가구의 주관적 만족도는 23.3%로 다인가구 30.8%보다 낮게 나타났다. 결국 소득이나 삶의 만족도는 낮지만 가구 형태 중 대세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앞으로 1인 가구에 대한 연구도 바로 이 지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신림동 원룸촌에 연구소를 마련한 이유가 궁금하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게 있다. 1982년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범죄심리학에 관한 이론이지만 사회학이나 경영학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이론이다. 마을 안 빈집의 유리창이 온전할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유리창 하나가 깨진 후 이를 방치했더니 범죄율이 높아지면서 슬럼화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거꾸로 적용하면 슬럼화된 지역에 공공시설을 열어 한밤에도 불을 밝히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들락거리면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도시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림동 원룸촌, 정확하게는 관악구 서림지구의 경우 경제적으로 중하위 소득의 1인 가구, 특히 미혼여성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학생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구로나 가산 디지털단지에 근무하는 직장여성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벌들이 벌집에서 썰물 빠져나가듯 나갔다가 저녁에 밀물 들어오듯 들어오는 패턴이 반복된다. 당연히 낮에는 공동화되고 상권도 발달하기 어렵다. 평균 월세가 25만~30만원 선으로 서울시내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치안 등이 불안해 밤에도 택시를 타고 집 앞까지 들어온다. 이런 이유로 전입·전출이 많고 월세가 나가지 않은 빌라들도 상당수다. 당연히 슬럼화될 수밖에 없다. 서울대가 지역사회의 이러한 문제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연구소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접근, 커뮤니티웨어적인 접근을 한다고 했는데.

△여성이 혼자 사는 집이라면 집에 더 많은 사람이 있는 척, 성인 남성이 있는 척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배달 음식을 받으며 아무도 없는 방에 대고 ‘아빠, 짜장면 왔어’라고 외친다든가 남성 구두를 일부러 내놓는다든가 물리적 노력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인기척 위장을 도와주는 다양한 정보기술(IT)이 속속 선보이는 추세다. 유튜브에 ‘보이스가드’를 검색하면 ‘누구세요?’ ‘자기야 배달 좀 받아줘’ 등 남성 목소리가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재생될 날도 머지않았다. 무엇보다 치안 문제가 시급한 만큼 안전하면서도 편리하게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융합과학기술대학원 학생들이 연구소에 모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유다. 또 하나는 원룸이 아닌 셰어하우스라는 물리적 공간에 맞게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나친 친밀함도 아니고 무관심도 아닌 적정선에서 커뮤니티를 이어가고 그 속에서 결속력과 정서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유의미한 커뮤니티웨어를 찾아내 이를 다른 공간에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중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20일 관악구 신림동 혼자잘살기연구소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비자발적인 1인 가구의 경우 빈곤을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승현기자


-우리보다 먼저 1인 가구 급증을 경험한 유럽의 경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1인 가구의 가장 취약한 분야인 질병, 인간관계, 정서적 불안정 등을 보완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집중한다. 자율성을 지키면서도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공동주택 공급과 주거 지원에 집중하게 된다. 공동주택은 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형태가 다르다. 청년층은 직장 접근성이 좋고 문화시설 이용이 편리한 공동주택을 선호하며 노년층은 타인과 공존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형태를 원한다. 영국의 경우 청년 1인 가구와 고령 1인 가구를 위해 소형임대주택이나 노인보호주택·공공주택 등을 건설 및 공급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프랑스의 경우 청년층 가운데 수입이 없는 대학생과 1인 청년 가구의 경우 개인별 주거수당 지원이 눈에 띈다. 미국의 1인 가구 지원정책은 자가주택 보급 확대와 함께 정서적인 돌봄도 병행한다.

-1인 가구 문제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인데.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매년 고독사가 1,000건 이상 발생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주로 홀로 사는 노인층에서 일어나는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경제적인 문제, 이혼 등으로 인한 가정 해체가 증가하면서 65세 이하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역사회 중심의 커뮤니티케어 등을 통해 고독사를 미연에 방지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만 지금의 2030세대가 나이가 들면 지금의 5060세대의 방식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혼삶을 여러 방식으로 실험하면서 자신만의 건강한 혼삶을 설계한 경우 중장년층이 된 후에도 느슨한 형태의 커뮤니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경제력이 있든 없든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강력한 소속감이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활력소가 된다. 가깝게는 셰어하우스라는 공유공간을 통해, 더 넓게는 정부 차원에서 정책 입안을 할 때 1인 가구가 적정선의 커뮤니티를 유지하면서 느슨하지만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He is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2년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예일대 건축공학과석사를 마친 후 2000년까지 예일대에서 전임강사로 일했다. 2000~2002년 삼성SDS 자회사인 오픈타이드 이사로 근무하며 삼성그룹의 정보화 전략을 수립했다. 2005~2009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지내다 2009년부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디지털정보융합전공 교수로 근무해왔다. 지난해 12월 관악구 서림지구 ‘쉐어원신림1’에 혼자잘살기연구소를 열어 1인 가구의 생태적·동태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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