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대만 TSMC 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주도권 확보 경쟁으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의 실적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파운드리 경쟁이 최근 7나노(1㎚=10억분의1m)급에서 5나노·3나노 급으로까지 초미세화되면서 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ASML로 주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지난해 118억 유로의 매출과 26억 유로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은 2018년의 109억유로 대비 9%가량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지난해 2018년의 82억유로 대비 42% 가량 늘어난 117억 유로의 예약 매출(Net booking)을 달성해 향후 실적 전망도 밝다. ASML의 시가총액도 22일(현지시간) 기준 1,163억 유로를 기록해 석달전 대비 13%가량 뛰었다.
피터 베닝크는 ASML 최고경영자(CEO)는 “ASML은 지난해 4분기 매출 40억 유로, 연간 매출 118억 유로를 달성했다”며 “EUV 장비의 경우 4분기에 8 대의 장비를 고객사에 전달했으며 9대의 신규 EUV 장비 주문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ASML은 지난해 3분기에 23대의 EUV 장비 주문을 수준하는 등 주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베닝크 CEO는 이어 “2019년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강한 성장세와 이에 따른 DUV와 EUV 시스템의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 해였다”며 “지난해 EUV 장비 수주액은 62억 유로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EUV 시장은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 및 5G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올해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EUV 장비로 생산한 3나노 칩은 5나노 제품과 비교 시 칩 면적을 35% 이상 줄일 수 있고 소비전력을 50%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30% 향상할 수 있다. 5G로 고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도 초미세 공정을 통한 고도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에도 EUV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라 추가적인 수요 확대도 예상된다. EUV 노광장비는 1대당 2,000억원 수준의 고가 제품이지만 ‘졸면 죽는다’는 최근 반도체 업계의 분위기 상 EUV 장비 도입은 필수가 돼 가고 있다. IC인사이츠 보고서에 따르면 10나노 미만 반도체 생산 규모는 지난해 웨이퍼 기준 월 105만장에서 오는 2023년에는 월 627만장으로, 같은 기간 10나노 미만 반도체 공정 점유율은 5%에서 25%로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니콘이나 캐논 또한 노광장비를 만들지만 ASML과 같은 EUV급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TSMC 또한 올해 160억 달러를 반도체 장비 등에 투자할 계획인데 이 중 80% 가량을 7나노 이하의 초미세 공정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한편 이 같은 ASML의 몸값 상승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보유한 ASML 지분 1.5%의 시장 가치는 1조8,814억원이다. 지난 2012년 취득 당시 ASML 지분 1.5%의 가격이 3,630억원이었다는 점에서 7년 사이 6배가량 껑충 뛰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2016년 9월 기존에 보유하던 ASML 지분 3% 중 절반을 팔아버렸다는 점이다. 당시 지분 1.5%의 매각 가격은 약 7,400억원으로 취득 가격 대비 2배가량 뛰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ASML의 몸값은 현재 1,163억유로로 한화 150조원 수준이다. ASML 지분율 1.5%의 현재 가치는 단순 계산해도 2조2,500억원수준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3년 전 ASML 지분 1.5%를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었을 경우 1조5,000억원 가량의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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