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의 화두는 재생이다. 오래된 건축을 리모델링하거나 낙후된 원도심을 되살리는 일은 현대 건축에서 가장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진다.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와 미국 뉴욕 도미노파크 등이 21세기 건축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21세기 건축의 화두는 도시 재생이다. 낙후된 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노후·쇠퇴한 도시를 새롭게 살리기 위해 곳곳에서 도시 재생 사업이 한창이다.
도시 재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주거-상업 시설을 건설하고 경제성과 기능성을 예전 이상으로 회복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는 기존의 건축을 살려 개량하는 방법이다. 경제적 효과는 전자보다 크지 않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험도 낮고 기존 주거 문화와 역사적 경관을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롯폰기힐스, 도시 재생의 기원
낙후된 원도심의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흔히 도시 재생 사업의 롤모델을 이야기할 때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를 언급한다. 롯폰기힐스는 21세기 도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과거인 1980년대만 해도 롯폰기 일대는 난개발과 목조 주택의 밀집으로 주거 환경이 심각하게 악화된 지역이었다.
그런 와중에 일본 버블 경제의 붕괴와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롯폰기 일대에 도시 재생 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1986년 동경도 재개발 유도 지구 계획이 그것이다. 사업 주체는 일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모리빌딩이 맡았다.
400여 명이나 되는 토지 소유자들의 반대가 잇따랐지만, 모리빌딩은 서두르지 않았다. 무려 10년에 걸쳐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 보니 공사는 최초 계획을 수립한 지 무려 17년 만인 2003년에 완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03년 롯폰기힐스는 약 11만㎡의 규모로 문화, 상업, 업무, 숙박 시설 등 다양한 공간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 문화 시설 단지로 개장할 수 있었다. 중심 건물인 모리타워에는 전망대 '도쿄 시티 뷰'를 비롯해 아시아 최대 현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모리미술관’ 등이 자리한다.
단지 내에는 곳곳에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이 있어 수많은 시민이 휴식을 즐긴다. 시민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 새로운 랜드마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롯폰기힐스는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가장 성공한 도시 재생 사례로 꼽힌다.
- 뉴욕에서 도시 재생의 미래를 읽다
롯폰기힐스가 21세기 초 도시 재생의 롤모델이었다면 현재 도시 재생의 최선두를 달리는 곳은 뉴욕이다. 그들은 낙후된 지역의 건축과 시설을 파괴하지 않고 수리·개량하는 방식으로 도시에 새로운 색깔을 입히고 있다. 바야흐로 재개발·재건축 시대를 넘어선 도시 재생 사업 2.0이 도래한 것이다.
뉴욕의 도시 재생 사업은 미트패킹, 첼시마켓, 하이라인파크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중 하이라인파크는 1934년부터 1980년까지 사용됐던 고가 철도를 2009년 공원으로 바꾼 곳으로 약 2.3km 길이의 철로에 갖가지 식물과 휴식 시설을 설치했다. 흉물은 도시의 유산이 되었고, 뉴욕 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에게 뉴욕의 역사를 전하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최근에는 브루클린 리버 스트리트에 개장한 도미노파크가 새로운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도미노파크는 2018년 부동산 개발 회사인 투 트리스 매니지먼트 컴퍼니가 폐쇄된 설탕 공장을 빈티지 예술 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그 옛날 시럽 탱크와 스크루 컨베이어가 예술 작품이 되고, 원심 분리기를 닮은 미끄럼틀에서 아이들이 뛰논다. 공원 옆에는 저소득층 700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주거 단지를 비롯해 대형 상업·문화시설을 2026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 한국식 도시 재생과 해운대의 재탄생, 스카이라인을 새로 그리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도시 재생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오래되고 낙후된 시설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일이 한창이다. 서울로 7017, 마포 문화비축기지, 도봉 평화문화진지 등 오랜 흔적과 역사적 상흔 등을 도시 재생이란 이름으로 끌어안았다. 도시 재생 사업 하면 부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부산 4년 전인 2015년부터 부산광역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부산의 도시 재생 사업에서 주목하는 곳은 해운대구 우동이다. 2000년대 이후 우동은 마린 시티와 센텀 시티 등으로 대변되는 최첨단 신시가지로 새롭게 진화했다. 그 옛날 활주로가 있던 수영 비행장과 허허벌판이었던 수영만 매립지에는 해외 도시와 견줘도 손색 없을 초고층 마천루가 들어섰다. 우동은 부산의 부를 상징하는 지역으로 탄생했다.
이처럼 마천루들이 즐비한 현재의 해운대에서 스카이라인을 새로 그리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해운대 도심 재생의 핵심이며, 해운대 비치벨트의 정중앙에 입지하여 개발 기대감이 높았던 우동 645-5번지 일대의 철거공사가 진행되면서 마침내 진정한 도시 재생의 정점을 찍는 것이다.
이곳에 주거 브랜드 ‘빌리브’로 알려진 신세계건설이 지상 38층 규모의 하이엔드 레지던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로 네이밍이 정해진 이곳에는 패밀리스위트 같은 호텔식 주거 공간을 비롯해 클럽하우스, 사우나 등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은 물론, 최상층에는 해운대의 아름다운 야경을 조망할 인피니티풀까지 갖춰 해운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도시 재생을 일컬어 ‘도시에 대한 시술'이라 한다. 오랜 기간 도시의 외관을 새롭게 다듬고 노후화된 도심의 기능을 다시 복구하는 모습이 마치 운동선수의 재활 과정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건축가 유현준은 “현대 도시는 유기체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도시 재생 사업은 유기체인 도시에 새로운 변화와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다. 오래된 도시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도시 재생 사업은 다양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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