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 가운데 하나인 대치동 ‘한보미도맨션’이 외벽 보수 및 도색을 추진한다. 은마와 선경 등 다른 노후 재건축 단지에 이어 주거환경 개선에 나선 것이다. 정부·서울시의 ‘강남 재건축 불허’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본격시행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합헌 결정 등으로 인해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장기전에 ‘한보미도맨션’도 가세 = 29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관리사무소는 지난 21일 ‘외벽 크랙보수 및 재 도장 공사 감리업체선정공고’를 게시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단지의 외부를 수리 및 재 도장할 계획”이라며 “감리업체 선정 후 시공사 입찰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단지는 1983년 준공된 단지로 올해로 38년 차를 맞는다. ‘은마아파트’, ‘선경아파트’ 등과 더불어 대치동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주거여건 개선에 나선 단지는 한보미도맨션만이 아니다. 은마아파트는 최근 소유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23억 8,200만원을 들여 노후배관 교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재건축을 기다리며 참고 살았던 녹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앞서 이 단지는 지난해 내부 수리 및 도색을 시행한 바 있다. 은마 외에 선경도 주거환경 개선을 마친 상태다. 선경 아파트의 경우 외부 도색을 진행하고 노후 단지의 고질적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지 내 녹지 일부를 주차장으로 바꾼 바 있다.
◇ 주거개선, 타 지역 확산 전망 = 재건축 예정 단지의 주거환경 개선은 금기사항 중 하나다. 주거환경 개선으로 재건축 진행이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들이 주거여건 개선에 나선 이유는 현재 서울시와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사업 진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강남 재건축에 대해서는 현행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재초환 합헌 결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상한제로 사업성은 악화 되는 데 재초환까지 적용되면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재건축 사업에 따른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의견이다. 장기전에 들어가 상황을 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재건축 요건 강화부터 재초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가 강력하게 강남권 재건축을 규제하고 있다”며 “사업성 저하에 부분적인 수리 및 리모델링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의도·잠실 등 인기 지역에서도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재건축 단지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공급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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