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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 1 → 2로 바꾸면 차별·혐오 끝날줄 알았죠"

<'강제전역' 계기 성소수자 논란 수면위로...작년 수능 본 트랜스젠더 A씨 인터뷰>

男 고사장서 시험보고 여대 지원

언제까지 음지에만 있을 수 없어

한국사회도 다양성 인정해야

이미지투데이




‘1’에서 ‘2’로 바꾸면 차별과 혐오는 없어질 줄 알았다. 지난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법적으로 성별정정 절차가 마무리되자 A씨는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수능 원서접수 당시 주민등록번호가 ‘1’이었던 탓에 시험은 다른 남학생들과 함께 남학생 고사장에서 치러야 했다. 혼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별도 교실이 배정됐지만 교육청 관계자로부터 시험 당일 남자처럼 옷을 입고 와야 한다는 ‘지침’을 들었다.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고 법적으로 여성이 된 20대 A씨는 최근 서울 압구정에서 본지와 만나 “트랜스젠더 군인인 변희수 하사가 강제전역되는 것을 보면서 트랜스젠더가 더 이상 음지에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해소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군 최초로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 하사는 강제전역하며 한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군 내 성 소수자에 대한 규정 및 지침이 전무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사람’으로 있던 성 소수자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여대 입학을 꿈꾸는 A씨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육청에서 남학생 고사장, 여학생 고사장 중 어디가 편하냐고 물어 여학생 고사장을 택했지만 이후 다시 연락이 와 남학생 고사장으로 향해야 했다. A씨는 “수능을 치른 뒤 성적표에 ‘남성’으로 표기됐다”며 “개별 대학에 주민등록 초본을 보내 정정 작업을 거쳤다”고 언급했다. A씨는 남학생 고사장 내 별도 교실에서 시험을 봤지만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다른 트랜스젠더들은 일반 교실에서 수능을 치러야 한다.

학창 시절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A씨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같은 해 10월 주민등록번호를 ‘2’로 변경했다. 성별정정을 신청하기 위해 진행된 면담에서도 판사로부터 ‘군 면제 받으려고 일부러 수술한 것 아니냐’ ‘수술한 뒤 여성으로 생식기능을 할 수 있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다.

‘1’에서 ‘2’가 된 A씨의 올해 목표는 여대 합격이다. 현재 국내 한 여대에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달걀로 바위를 쳐봐야 달걀이 깨질지, 바위가 깨질지 알 수 있다”며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한국 사회가 다양한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다양한 것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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