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큰 사랑을 받다가 30여년간 잊혔지만 우연한 기회에 다시 노래하게 됐죠. 처음엔 몰랐지만 다시 노래하게 돼 너무 좋고, 지금이 제 음악인생의 절정인 것 같습니다. 음악을 해서 후회한 순간이요? 단 한번도 없습니다.”
한국의 대표 포크송 싱어송라이터 이장희(73)가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50년 음악인생을 기념하는 콘서트 ‘나의 노래, 나의 인생’을 앞두고 30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장희는 50주년을 맞은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콧수염과 오토바이·통기타가 트레이드마크였던 이장희는 1970년대 감성적인 음악으로 당시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난 1971년에 내놓은 데뷔곡 ‘겨울 이야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포크송으로 번안곡이 주를 이뤘던 당시 가요계에 큰 획을 그었다. ‘겨울 이야기’는 영화 ‘별들의 고향’에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영화음악사에도 길이 남았다. 이후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도 모두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가 노래를 다시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5년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면서 음악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떠난 그는 30여년 동안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 사이 미주 한인 최초의 라디오방송인 LA 라디오코리아 대표 등 다양한 사업을 성공시키며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찾은 울릉도에 매료돼 2004년부터 정착해 농사를 짓고 살았다. 그가 음악계로 복귀한 것은 2011년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 출신 가수들이 화제가 되면서다.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난 그땐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할까(‘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중)”를 노래하던 20대의 청년은 어느덧 70대 ‘인생의 황혼’을 맞았다. 그는 “황혼은 하늘이 붉게 불타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라며 “내 인생에서도 마지막 황혼인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흔이 넘었지만 그의 음악인생은 아직 한창이다. 한때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이 싫어 콧수염까지 깎았던 그는 “이제 음악이 좋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며 “모든 예술이 훌륭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일체감을 주는 것은 음악만이 가진 독특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하루에 3시간 이상은 음악을 들을 정도로 식지 않는 애정을 가졌다.
현재 새로운 곡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는 “이전에는 젊은 시절에 느낀 감정을 노래한 곡들이었다면 이제는 인생의 황혼에 서서 느끼는 나의 마음인 쓸쓸함·허전함·안온함 같은 느낌을 노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50주년 공연에 대해서는 “48주년, 49주년과 뭐가 다르겠느냐”면서도 “여태까지의 음악인생을 총정리하고 살아온 삶의 굴곡을 모두 볼 수 있는 무대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이장희의 오랜 음악적 동료이자 우리나라 1세대 세션인 ‘동방의 빛’의 멤버 기타리스트 강근식, 베이시스트 조원익이 함께한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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