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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컨트롤타워·협업 실종...5년전 시계에 멈춘 방역행정

[우한폐렴-불안 부추기는 정책 혼선]

靑·질본 지휘체계 논란 이어 정부 대책도 수시로 바뀌어

"컨트롤타워 복잡·신뢰성 부족" 메르스 백서 지적 답습

투명한 결정·홍보·일관성 있는 대응으로 불안감 줄여야

충청북도 진천군 주민들이 30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중국 우한에서 오는 교민들의 수용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정부의 메르스 대응 컨트롤타워가 복잡했고 전략적 의사결정의 신속성·명료성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공중보건위기 시 국민들에게 일관되고 신뢰성 있는 메시지를 적시에 제공하기 위한 전략과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일관성 있는 대응, 즉 관계부처 간 공조체계를 구축해 대중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1년 만인 2016년 7월 내놓은 ‘2015 메르스 백서’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총 488쪽 분량의 이 백서는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 수십명의 실무진과 의료진을 직접 인터뷰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감염병 대응체계는 컨트롤타워의 혼선으로 인해 여전히 5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7일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컨트롤타워를 자처했지만 이틀 뒤인 29일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라고 말을 바꾸며 체면을 구겼다. 감염 전문가들이 메르스 사태 때 질병관리본부를 제치고 보건복지부와 청와대가 나섰다가 방역에 실패했던 점을 들며 방역부처인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염병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자 말을 바꾼 것이다. 전병률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대통령이 나서지 말고 전문가인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방역대응체계는 청와대의 국가위기관리센터, 관계부처 중앙사고수습본부, 질병관리본부의 중앙방역대책본부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와 합의,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도 거치치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메시지를 던지거나 하루 이틀 만에 말 바꾸기에 나서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되레 깎아 먹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천안으로 결정했던 중국 우한 교민의 격리시설을 하루 만에 진천·아산으로 바꾸고 유증상자도 입국시키겠다는 발언이 9시간 만에 뒤집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복지부 장관)은 30일 “중국 교민들은 현재 우한에 직항기가 있으면 그냥 귀국하셔도 되는 무증상자들”이라며 “이분들의 상태를 이해하면 그렇게 우려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엇박자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는 28일 오전 브리핑을 열어 국내 네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와 96명이 접촉했다고 발표했지만 세 시간 뒤 질병관리본부는 172명으로 정정하는 촌극을 빚었다. 같은 날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개학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교육부와 국무총리실은 곧바로 “연기 검토는 없다”고 바로잡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9일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들과 시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을 논의하면서 서울시 안내 콜센터인 다산 120을 활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우한 폐렴의 상담 창구는 질병관리본부의 1339로 일원화돼 있고 인력 확충도 진행되는 상황인데 120에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 환자들이 제때 상담을 받을 타이밍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백서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업무분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구난방인 셈이다.

방역 현장에서도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문했다가 20일 귀국한 네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21일 감기 증상으로 국내 의료기관에 내원해 진료를 받았으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와 해외여행력정보제공프로그램(ITS)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의원급 병원의 45%만 ITS를 이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서 DUR를 설치했더라도 켜두지 않으면 오염지역 방문자를 확인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방역대책을 제대로 하는지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돼야 한다”며 “새 정보를 즉각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용·우영탁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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