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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비상사태' 뒷북 선포...교역·이동제한 권고도 안해

[신종 코로나 글로벌 공포 확산]

■ WHO, 中 눈치보기 논란

"잘못된 판단이 禍 키웠다" 비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30일(현지시간) WHO 본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제네바=AP연합뉴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사실이 알려진 지 한 달이 지나서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해 늑장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뒤늦게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핵심 조치인 ‘교역 및 이동 제한’ 권고도 하지 않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바이러스가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로 퍼진다면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른다”며 “그런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금 조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WHO의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는 이번이 6번째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국제적 보건 공조가 강화되고 발원지에서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바이러스 발병국에 대한 교역 및 이동 제한도 권고할 수 있지만 이번 조치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WHO는 지난 22일과 23일 2차례 긴급 위원회를 열었지만 중국 외 지역에서 사람 간 감염 증거가 없다면서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한국·미국·독일·일본·베트남 등에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하지 않은 2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WHO가 뒤늦게 비상사태 선포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WHO의 잘못된 판단이 화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WHO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글로벌 위험 수준을 ‘보통’으로 표기했다가 26일 갑자기 ‘높음’으로 변경해 논란을 불렀다. WHO는 단순 오기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WHO가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아미르 아타란 오타와대 법·전염병학 교수는 이번 결정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늦었다”면서 “사스·에볼라·지카 사태 때처럼 정치적인 이유들이 과학적 판단을 망쳐버렸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상사태 결정 최종 권한을 쥔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재정 지원 등 중국의 눈치를 살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2017년 국제기구 등에 600억위안(10조2,300억원) 투자 의사를 밝힌 것을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의식해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중국과의 교역과 이동의 제한을 권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8년 말 WHO 상급기관인 유엔의 예산 부담금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브리핑 14분 가운데 6분 이상을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칭찬하는 데 할애한 그는 “선포의 주된 이유는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이라며 “이번 선언은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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