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심 끝에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외국인들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단행했으나 중국을 의식해 ‘뒷북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입국금지에 부정적 기류였던 청와대와 정부는 일본의 선제적인 조치가 이뤄진 뒤에야 같은 방식으로 입국을 제한했다.
이를 두고 올 상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둔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3일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중국 전역 여행경보를 ‘철수권고’로 높인다고 발표했다가 ‘검토’로 급변경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제 사회의 권고나 조치 수준을 봐도 우리 정부의 대응이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과의) 외교적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65만명을 넘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가 등 떠밀리듯 입국금지 조치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야권의 비판이 나온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의 대책에 대해 “감염 확산을 제대로 막을 수도 없고, 국민 불안도 해소할 수 없는 중국 눈치 보기 ‘찔끔 조치’일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외교가 일각에서는 중국과 우리의 경제적 유대 관계를 고려할 때 ‘전략적 배려’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스 발생 이후 국가원수로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수년간 돈독히 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연대해나갈 때 진정한 이웃이고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중국대사는 4일 오전10시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본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 방역 노력과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한중 양국 정부의 공조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신임 대사가 신임장 제정식 전 언론 브리핑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언론 문의가 많고 중국 정부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 브리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안현덕·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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