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시간)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 재경기에서 손흥민(28·토트넘)은 전담 키커처럼 뛰었다. 코너킥을 하고 페널티킥까지 찼다. 이전까지 코너킥은 주로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 페널티킥은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의 분야였다. 전담 키커로 활약한 손흥민의 변신은 토트넘의 현 상황을 잘 말해준다. 에릭센은 지난달 말 인터밀란으로 이적했고 한 달 전 햄스트링을 다쳐 이탈한 주포 케인은 시즌이 다 끝나가는 오는 5월에나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토트넘은 최근 4경기에서 3승1무로 휘파람을 불고 있다. 손흥민은 이 4경기에서 연속으로 골을 넣었다. 지난달 23일 노리치시티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헤딩 결승골, 나흘 뒤인 27일 사우샘프턴과 FA컵 32강 경기에서 왼발 선제골, 지난 3일 EPL 맨체스터시티전의 오른발 쐐기골에 이어 이날 런던에서 치른 사우샘프턴과 FA컵 재경기에서도 골망을 갈랐다. 특히 이날은 2015~2016시즌 토트넘 입단 후 첫 페널티킥 득점으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3대2로 이긴 토트넘은 다음달 6일 16강에서 노리치시티를 상대한다.
난적 사우샘프턴에 1대2로 뒤지다 후반 33분 루카스 모라의 동점골로 기운을 차린 토트넘은 막판 손흥민의 한 방에 극적으로 16강행 티켓을 뺏어왔다. 오른쪽에서 넘어온 델리 알리의 낮은 크로스를 잘 받아낸 손흥민은 골키퍼를 따돌리는 과정에서 손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었다. 후반 42분 직접 키커로 나서 오른발로 구석에 꽂아넣었다. 4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14호 득점이었다. 최근 네 시즌 기준 FA컵 11골째(17경기)로 이 기간 대회 최다 득점 기록도 세웠다. 런던풋볼은 손흥민에게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평점 7을 줬다. 최고점인 8점은 알리에게 돌아갔다. 조제 모리뉴 감독의 교체 카드인 알리는 모라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하고 손흥민의 결승골에도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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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상황에 대해 손흥민은 “긴장했지만 매 훈련 뒤 페널티킥 연습을 해온 터라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라가 동점골을 넣었을 때 우리가 한 골 더 넣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길 거라고 믿었다”고도 밝혔다.
이날까지 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은 EPL 휴식기에 따라 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이달 16일 EPL 애스턴 빌라전에서 5경기 연속골 도전을 이어간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 작성한 4경기 연속 득점이 개인 최다 연속골 기록이다. 한 시즌 개인 최다골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도 높다. 토트넘이 시즌 종료까지 최소 16경기를 남긴 가운데 손흥민은 개인 최다인 21골(2016~2017시즌)에 7골 차로 다가서 있다.
한편 프랑스리그 공격수 황의조(28·보르도)도 맹활약했다. 정규리그 브레스트 원정(1대1 무)에서 황의조는 전반 10분 머리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 5분 발리 슈팅이 골대를 때려 멀티골 작성에는 실패했지만 석 달 만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리그 기록을 4골 2도움으로 늘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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