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52)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오는 14일 예정됐던 재판을 전격 연기했다. 당초 재판부가 이날 삼성이 지난달 급하게 마련한 준법감시위원회를 점검해 양형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던 만큼 이른바 ‘재벌 봐주기 논란’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에 ‘공판준비기일 변경 명령’을 내렸다. 이달 14일로 예정됐던 공판준비기일을 취소하고 나중에 날짜를 다시 잡겠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앞서 지난달 17일 “준법감시위원회를 실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삼성의 약속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총 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으로 이를 점검하고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심리위원으로 추천했고 이 부회장 측은 고검장 출신의 김경수 변호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실효적 운영’을 보여주려는 듯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에서 1차 정기회의까지 개최했다.
하지만 특검은 해당 재판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고려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면서 심리위원을 추천하지 않았다. 특검은 지난 공판 때 “항간에 재판부의 언급과 삼성의 제도 설치가 이재용 봐주기를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재판 연기를 두고 재판부가 비난 여론을 의식해 좀 더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직전 공판 이후 각종 진보 성향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 일제히 ‘이재용 봐주기’라는 비판 의견을 내놓았다. 설민수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도 지난달 17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정준영 부장판사님께’라는 글을 올리고 “준법감시위원회의 실제 효과는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 재판에서 화가 난 일부 시위자들은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앞에서 이 부회장에게 돌진하다 방호원 등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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