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권 영화로선 최초로 각본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가운데 시나리오 작가인 한진원 작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기생충’은 한 작가의 데뷔작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현지시간으로 9일 오후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권 영화로선 최초로 각본상을 받았다. 비영어권으로 범위를 넓힌다고 해도 ‘기생충’의 이번 각본상 수상은 오스카의 긴 역사에서 단 5번밖에 없었던 대기록이다.
특히 이번 수상은 봉준호 감독이 수차례 언급했던 바와 같이 오직 이야기의 힘으로만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자막의 빗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오스카 한 부문의 수상의 의미를 크게 넘어선다는 평가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에도 이같은 점이 묻어났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시상 무대에 올라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라면서 “국가를 대표해 쓰는 건 아니지만 (이 상은) 대한민국에 큰 기쁨을 안겨줄 것”이라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은 조력자인 아내와 아울러 출연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상을 받은 한 작가는 이날 “엄마, 아빠에게 감사하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 충무로가 있다. 충무로의 모든 영화 제작자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땡큐 아카데미!”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용인대 영화영상학과을 졸업한 한 작가는 연출팀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2012년 ‘남쪽으로 튀어(감독 임순례)’ 소품팀, ‘다우더(감독 구혜선)’ 연출팀 등에서 일했다.
이후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 연출팀으로 일하며 봉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 당시 한 작가를 눈여겨본 봉 감독은 다음 영화 ‘기생충’에서 그를 각본 겸 스크립터(스크립 슈퍼바이저)로 합류시켰다.
봉 감독은 영화 ‘기생충’ 시나리오 작업에 대해 “2013년부터 엔딩 없이 여러 아이디어를 넣어 만든 시놉시스를 김대환 감독에게 맡겨 초고를 만들었다”며 “이후 ‘옥자’ 연출부였던 한 작가에게 시나리오를 맡겼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그러면서 “(한 작가가 극 중 인물들의 직업인) 운전기사분들도 만나고 가사도우미분들도 만나고 공간 관련 자료 사진도 수집하고 취재를 많이 했다. 그가 2017년 7월 영화의 후반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3달 동안 시나리오 뒤의 절반을 다 바꿔버리면서 그 이전 버전 대사와 장면은 흔적만 남게 됐다”며 한 작가를 극찬했다.
한편 ‘기생충’에서 화제를 모았던 ‘제시카 송’의 가사도 1절은 봉 감독이 2,3절은 한 작가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