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 취소수수료를 환불해도 여행사에 보전되는 건 없습니다. 손해를 감수하며 조처를 취하고 있는데 욕까지 먹고 있으니 억울한 부분이 있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 온 한 중소여행사 대표의 볼멘소리다. 그는 최근 동남아 여행 취소를 둘러싼 수수료 갈등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 대응이 나오기 전부터 업계 차원에서 대책반을 꾸리고 중국 상품 취소수수료 면제 조치를 결정했는데도 동남아 등 제3국 여행상품에 대한 취소수수료 면제 요구까지 빗발치니 감당이 안 된다는 것이다.
여행업계는 중국 외 지역에 대해 일관된 기준 없이 수수료를 환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객들의 불안은 이해하지만 대부분의 패키지 상품 판매는 호텔·항공 등 여러 주체를 중계하는 것에 불과해 항공·호텔 등을 아우르는 통일된 기준이 없으면 여행사에서 취소수수료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업계 상황이 안 좋은데 여행사에 대한 고객 신뢰도까지 떨어질까 걱정된다”며 “상황을 버티기 위한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여행수요가 회복된 후에도 고객들과 신뢰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영세 여행사를 운영하는 부부가 질병·천재지변 발생 시 여행상품 취소수수료 기준을 법제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취소수수료에 따른 손실 여부를 떠나 최소한 고객에게 제시할 지침이라도 만들어달라는 취지다. 앞서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나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협회 측은 “범정부차원에서 대응반을 꾸려 진행하기 때문에 자체 기준을 만들고 싶어도 정부와 혼선을 빚을 수 있어 규정 마련이 어렵다”고 한다.
6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호텔·공연장 등을 찾아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적극적으로 선제대응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수수료 환불 가이드라인은 전염병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여행업계가 정부에 요구해오던 사항이다. 세제 혜택, 특별 융자 등의 지원을 넘어 국민 갈등을 봉합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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