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전세계 관객들을 사로잡고,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정복한 데는 많은 조력자들이 숨어있었다. 그 중에서도 봉 감독 옆에서 통역을 도맡아 해온 샤론 최(최성재)도 빼놓을 수 없다.
샤론 최는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서부터 10일(한국시간)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줄곧 봉 감독과 함께했다. 봉 감독은 그에게 ‘언어의 아바타’라는 수식어를 붙여줄 정도로 봉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살려 통역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지난달 5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상을 받은 직후 봉 감독이 한 수상 소감을 세심한 언어로 통역해 주목을 받았다.
“자막,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Once you overcome the one-inch tall barrier of subtitles, you will be introduced to so many more amazing films)” 샤론 최의 통역을 모은 유튜브 영상에는 샤론 최의 완벽한 통역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댓글이 수없이 이어졌다.
봉 감독과 인터뷰하던 해외 매체도 샤론 최에게 “당신도 스타”라고 치켜세웠을 정도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와 미국 TV프로그램 NBC ‘투나이트 쇼’에서는 “나도 되도록 여기서 말을 안 하고 싶다. 스토리를 모르고 가서 (‘기생충’을) 봐야 재밌거든요”라는 봉 감독의 너스레를 재치있게 통역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샤론 최를 별도의 기사로 조명하기도 했다. NYT는 “그녀는 레드 카펫과 심야 TV 출연을 통해 봉 감독의 연설과 인터뷰 내용을 영어로 번역했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두 4차례 무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무대 위에서 최씨의 차분한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봉 감독은 ‘E!’와의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샤론 최가) 엄청난 팬덤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는 ‘샤론 최가 화제였다’는 질문이 나왔다. 봉 감독은 “(최 씨가) 한국에서 영화를 공부했다”며 “지금 몇 개의 장편 각본을 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내용이 정말 궁금하다”고 했다.
샤론 최는 신상을 밝히기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샤론 최는 전문 통역사가 아니지만,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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