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 수상을 비롯해 4관왕을 달성하며 세계 영화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흥행의 역사도 새로 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생충’은 올해 초 아카데미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북미 지역 상영관이 1,000개로 늘어나는 등 북미 흥행에 가속도를 붙여왔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지금, ‘오스카 효과’로 날개를 단 ‘기생충’이 앞으로 올리게 될 글로벌 흥행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영화 매체인 데드라인은 오스카 효과에 힘입어 ‘기생충’의 북미 상영관이 2,300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작품이 DVD로 출시돼 있지만 아카데미 역사상 최대 이변을 일으킨 작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상영관 수가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지역에서의 흥행수익이 4,500만달러까지 늘어나 외국영화 가운데 역대 4위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했다. 전날의 아카데미 4관왕 석권 효과로 수익이 27%가량 증가하면 4,500만달러는 거뜬히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외국영화 흥행 5위인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3,700만달러)’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역대 북미 비영어권 영화 흥행 1위는 대만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이하 북미 개봉연도 기준)’, 2위는 이탈리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1998)’, 3위는 중국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2004)’, 4위는 멕시코 에우헤니오 데르베스 감독의 ‘사랑해, 매기(2013)’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1,097만달러)’가 세운 한국영화 역대 북미 흥행기록을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흥행분석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9일까지 북미 수입 3,547만달러를 기록해 역대 비영어권 영화 북미 흥행 6위에 올랐다.
오스카 효과는 유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버라이어티지에 따르면 ‘기생충’은 7일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개봉해 첫 주말(7~9일) 흥행수입으로 약 138만9,856파운드(약 21억3,300만원)를 기록했다. 외국어 영화로는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다. 현재 136개인 상영관은 오는 14일까지 4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생충’은 2일 열린 ‘영국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기생충’의 흥행몰이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본 내 배급사 ‘비터스엔드’에 따르면 기생충은 5일 누적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앞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당일 예매율이 180% 증가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한국영화가 관객 100만명 이상을 동원한 것은 2005년 배용준 주연의 ‘외출’ 이후 15년 만이다. 흥행수익도 현재까지 15억엔(약 162억4,000만원)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영화가 10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은 2005년(일본 개봉 기준) ‘내 머리 속의 지우개(30억엔)’ 이후 15년 만이다.
‘기생충’은 앞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인 지난해 6월 프랑스에서 개봉해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한국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1,000만달러가 넘는 매출액을 기록해 최근 15년간 프랑스에서 개봉한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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