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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법무부 정치화에 무차별 보복까지…美의 역주행과 대한민국

트럼프, 무리한 로저 스톤 구하기 뒤탈
탄핵 때 협조했던 인물 인사 보복단행
법률 및 관행 무시에 민주주의 위기론
위기 속 美 관료들 최소한의 양식 유지
침묵하는 韓, 실제론 美보다 더 큰 위기

탄핵부결 결정 후 미국이 시끄럽습니다. 탄핵의 굴레를 벗어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껏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죠.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부터 우왕좌왕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을 더 키워줬습니다. 최근의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거칠 게 없어 보입니다. 재선 확률도 매우 높습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트럼프는 유리합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추락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재입니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의 성정체성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격대상입니다. 정말 트럼프 대통령 마음대로입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죠.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법무부 정치화에 무차별 보복까지…美의 역주행과 대한민국
정치 모사꾼 로저 스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의 ‘더러운 사기꾼’ 구하기…워터게이트부터 러시아스캔들까지

요새 미국 정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로저 스톤 구하기와 그 과정에서 빚어진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때문에 내 일을 할 수 없다”는 항명성 발언, 담당 검사들의 사직 등으로 복잡합니다.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그는 로저 스톤에 대한 검찰의 7~9년 구형이 과도하다면서 맹비난했고 법무부가 형량을 조정하겠다고 나서면서 사태가 커졌습니다. 그만큼 로저 스톤이 중요 인물이라는 얘기입니다.

로저 스톤은 말 그대로 ‘더러운 사기꾼’입니다. 조지워싱턴대 학생이던 19살 로저 스톤은 1972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당시 유력후보였던 공화당의 맥클로스키가 사회주의 동맹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는 거짓 제보를 지역 언론에 했습니다. 나라가 뒤집어졌죠. 같은 해 ‘닉슨대통령 재선위원회(CREEP)’의 사주를 받아 민주당 대선 주자 선거캠프에 침투할 스파이를 모집했습니다.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것입니다.

그는 1980년과 1984년에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습니다. 2007년 공화당 조셉 브루노 캠프에 있던 그는 정적인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지사를 불법 매춘으로 엮어 낙마시켰습니다. 스피처 주지사가 투숙하는 호텔에 고급 콜컬을 배치시켜 수개월 간 그를 유혹했죠.

평소 트럼프에게 대통령 출마를 권하고 2016년 그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팔할’은 스톤 덕입니다. 러스트벨트(낙후지역) 공략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유착 의혹을 다룬 ‘러시아 스캔들’ 수사과정에서는 5건의 위증을 저지르고 증인을 매수했습니다. 이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보호할 수밖에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을 넘고 있습니다. 치졸한 정치 모사꾼을 위해 대놓고 구형 형량을 줄이라고 하거나 “검사들이 스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니까요. 이렇다 보니 검사들이 옷을 벗거나 사건에서 손을 떼는 검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법무부의 정치화를 우려했습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의 행동은 그가 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법무부 정치화에 무차별 보복까지…美의 역주행과 대한민국
탄핵 부결 이후 거칠 게 없어진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무차별 보복에 정상 통화 배석 관행 철폐 추진도

이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재판이 끝나자마자 무차별 보복을 시작했습니다. 청문회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고든 선덜랜드 주 유럽연합(EU) 미국대사에게 본국 소환통보를 하고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백악관에서 내보냈습니다. 그의 쌍둥이 형제 예브게니는 현직에서 축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드먼 중령에 대해 “나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놓고 얘기했습니다. 청문회에서는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등 여러 당국자가 하원 탄핵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증언을 했었죠.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갑니다. 탄핵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와 관련해 외국 정상과의 통화를 참모들이 함께 듣고 기록하는 관행 철폐를 추진하는 것이죠. 그는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그 관행을 완전히 끝낼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실제 우크라이나 건이 터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정상과의 대화를 조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국가안보실이나 상황실, 해당 이슈와 관련된 참모 등이 배석해 정상 간 통화를 기록하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고발이 나오게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아예 없애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죠. AP통신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이 끝나자마자 강력한 응징 투어를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내부 동요가 적지 않습니다. 트럼프의 심복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조차 “대통령이 트윗을 그만해야 한다”고 할 정도니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권한이 있다”지만 바 장관은 “정치적 적수라 수사하라는 거라면 검찰은 수행해서도 안되고 수행하지도 않는다”고 했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법무부 정치화에 무차별 보복까지…美의 역주행과 대한민국
청와대 전경. /청와대홈페이지

文정부는 트럼프와 다른가?

여기에서 드는 생각이 우리나라는 어떤가 하는 것입니다. 여당과 상당 수 지식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비난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낙마를 전후한 과정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보면 이 같은 생각이 더 짙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을 비공개 처리한 법무부와 관련 수사를 하던 지휘부를 통째로 인사 낸 것을 보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로저 스톤 사태가 연상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공직자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불이익을 무릅쓰고 의회에 나와 양심 선언을 한 국무부 공직자가 여럿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고됐든 싸우고 나갔든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잘못됐거나 문제가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게 미국입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존 켈리 전 비서실장이 대표적이죠.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노무현 정권 시절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386이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며 386이 경제를 모르고 되레 발목만 잡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직격탄을 날렸죠. 지금 관가는 침묵만이 존재합니다.

되레 맞춤형 발언이 쏟아집니다. 지난 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2% 성장을 한 것을 두고 국민들이 합심해 이뤄낸 것이라는 식의 글을 올렸습니다. 2% 성장 중에 정부 기여도가 무려 1.5%포인트나 달하는 점은 쏙 뺐습니다. 정부 재정으로 성장한 것이니 국민들이 합심해 이뤄냈다고 한 것일까요?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청와대에 대한 쓴소리는 고사하고 관료들이 대통령과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상황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 아래의 미국 경제는 탄탄하기라도 합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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