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된 데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사태 등이 겹치며 부정적 영업환경이 이어진 탓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KCC(002380)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강등한다고 17일 밝혔다. 투자적격등급이 BBB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투기 등급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경기 둔화에 따른 업황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S&P는 KCC에 대해 핵심사업부인 건자재 부문의 어려움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KCC의 영업이익이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와 리모델링 시장 둔화 추세를 감안해 핵심사업부의 실적은 올해 6%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부터 유리 및 인테리어 사업부를 분할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5~20% 감소할 것으로 봤다. KCC는 지난 1월 일부 사업부의 인적분할과 함께 코리아오토글라스(KAC) 지배지분을 신설법인인 KCC글라스로 이전했다.
S&P는 차입금 증가와 영업환경 악화로 KCC의 신용도가 향후 2년 동안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 대비 차입금 비율은 2018년 2.2배에서 △2019년 3.1배 △2020년 5.8~6.2배 △2021년 5.1~5.5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멘티브 인수로 인한 차입금이 2018년 1조9,000억원에서 2020년 약 4조3,000억원으로 급증한 것이 컸다.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금 규모가 상당기간 동안 4배 이하로 줄어들 경우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강등된 곳은 △SK이노베이션(096770)·종합화학(무디스) △LG화학(051910)(무디스) △LG디스플레이(034220)(나신평) △이마트(139480)(나신평) △더케이손해보험(한신평) 등 5곳이다. 이 밖에 △CJ제일제당 △녹십자 △한국항공우주 △HDC현대산업개발 △LG디스플레이 △CJCGV △OCI 등도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다. 조만간 하향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국내 최고 신용등급(AAA)을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부터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SK하이닉스 등도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기업들의 신용평가 줄하락을 지난해 말부터 경고해왔다. 고용과 소비·수출·투자 등 주요 경기지표가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 코로나19 사태 등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신용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소매유통·의류·외식·주류 산업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반도체·디스플레이, 화학 업종이 ‘부정적’이라고 봤다. ‘긍정적’인 곳은 한 곳도 없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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