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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0억잔 판매...'메가 브랜드' 된 카누

인스턴트 원두커피 새영역 개척

스틱당 360원 파격 가격 앞세워

10년간 64억잔 팔리며 1위 질주

커피믹스 시장 되살릴 기대주로





‘원두커피를 커피믹스로 마신다고?’ 동서식품의 맥심 카누가 지난 2011년 국내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해도 소위 말하는 스틱형 커피믹스에 든 원두커피는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10살’ 카누는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한 해 10억 잔 이상이 판매되는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카누는 지난해 한 해 동안 12억 잔이 판매돼, 인스턴트 원두커피 1위를 지켰다. 국내 인구가 약 5,178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전 국민이 연간 2.3잔의 카누를 마신 셈이다. 2011년 10월 출시된 카누는 10년차를 맞아 지난해까지 총 64억 잔이 누적으로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카페 커피와 경쟁”…출시 시기까지 미뤘던 브랜드=카누가 출시될 당시만 해도 훗날 ‘국민 음료’가 된 아메리카노는 커피전문점의 전유물이었다.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커피로 원두의 맛과 향을 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카누를 출시했다.

당초 카누 출시 시기를 2010년으로 계획했지만 출시를 앞두고 고객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 커피 전문점 제품보다 맛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심작으로 준비한 브랜드 론칭을 미루는 데에는 만만치 않은 기회비용이 따르지만 동서식품은 출시 시기를 과감히 1년 늦췄다.

2011년 10월 카누가 출시되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이후 한 해 동안 거의 두 배에 가까운 90%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6년 9억6,400만 잔에서 2017년 11억5,000만 잔, 2019년에는 12억 잔을 돌파했다. 스틱 당 360원이라는 가격도 성장에 한 몫 했다.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를 4,000원으로 치면 10분의1에 불과한 가격이다.



◇소비자 입김으로 개발된 카누 미니=‘200㎖ 대120㎖.’ 카누가 처음 시장에 나올 때 동서식품의 고민은 물 용량이었다. 내부에선 카누는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를 경쟁해 개발됐기 때문에 아메리카노 사이즈의 200㎖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무실 커피’ 종이컵 사이즈에 맞춰 100㎖ 정도로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카페를 대항해 200㎖로 나오면서 초기 ‘아메리카노에 대항하는 믹스커피’라는 이미지를 쌓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이후 스틱 1개를 2명이서 나눠 타 먹거나 반만 먹고 스틱을 접어 나머지를 보관하는 방법이 소개되는 등 소비자들의 사용후기가 쏟아졌다. 일명 ‘코리안 사이즈’라는 종이컵에 맞춘 요구가 이어지면서 동서식품은 2012년 10월 카누 미니를 내놨다.

아메리카노에서 출발한 카누는 라떼 3종에 이어 최근에는 티라미슈라떼 등 디저트 음료까지 라인업도 확대됐다. 웰빙 트렌드에 맞춰 내놓은 ‘카누 디카페인’도 인기다.

◇하향세 커피믹스 시장 카누가 메꾼다=사무실 커피로 통하는 맥심 커피는 간접 광고(PPL)가 통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실제 드라마 ‘미생’에서 동서식품이 맥심커피를 PPL로 넣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너무 익숙한 장면이다 보니 광고로 인식조차 못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커피믹스는 2016년부터 3년간 연 매출 1조5,000억원대로 정체 상태다. 건물 하나마다 전문점이 있는 ‘커피공화국’인 국내 상황에서 커피믹스 시장은 매년 소폭 감소하고 있지만, 이를 카누 시리즈가 메꾸고 있다는 평가다. 카누는 아직 동서식품 총 매출에서 1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사무실 커피도 믹스 대신 원두커피를 찾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카누 성장세는 올해도 20%이상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두를 기반으로 한 인스턴트커피가 디카페인, 디저트 음료까지 확대돼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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