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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 달] “추가 감염을 막아라”…방역 최전선에서 뛰는 사람들

의심환자 이송전담 구급대원, 긴장 속 출동 대기

“육체적 피로보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커”

보호장비 착용만 30분 걸리는 음압병동 간호사들

환자 곁에서 짜증과 불만 들어줘야 하는 스트레스

교민 임시생활시설·공항 입국장 등서 후방지원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극심한 피로도 호소

서울 강서소방서 코로나19 전담구급대 소속 이시형(위쪽) 지방소방장이 출동에 앞서 구급차 내부를 특수필름으로 꼼꼼히 덧붙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 강서소방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한풀 꺾일 줄만 알았던 코로나19는 대구를 중심으로 추가 확진자들이 대거 발생하면서 팬데믹(pandstrongic·전염병의 대유행)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공항과 병원·보건소·구급대 등 방역 최전선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서울 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 소속 코로나19 전담구급대에서 근무 중인 이시형 지방소방장은 요즘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으로서 늘 긴장 속에 살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숙명이지만 코로나19 의심환자 이송을 전담하는 업무를 맡은 후 긴장의 강도는 평소의 배가 됐다. 119 신고를 통해 강서소방서로 접수되는 코로나19 의심 환자 신고는 하루에 3~5건. 신고 접수와 동시에 전담 구급대원들이 고글과 의료용 마스크, 보호복, 덧신,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는 데만 최소 5분이 걸린다. 출동 전 의심환자를 태우기 위해 구급차 내부를 특수필름으로 꼼꼼히 도배하는 ‘래핑’ 작업은 2시간이 소요된다. 바쁘게 출동 준비를 하다가도 의심환자가 일반환자로 분류되면 다시 보호장비를 벗어야 하는 일이 반복되기 일쑤다.

환자 이송을 마치고 복귀하면 착용했던 보호장비를 모두 폐기물 처리한 뒤 구급차는 물론 출동 대원들도 1·2차 소독을 거쳐야 한다. 이 소방장은 “한번 출동하면 최소 3~4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해 체력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진짜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동료 구급대원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그는 “기존 인력 내에서 전담구급대가 만들어지다 보니 다른 대원들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며칠 전 내린 눈으로 낙상사고가 많이 발생해 바로 옆에서 출동 무전이 계속 쏟아지는데도 도와줄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환자들을 치료하는 명지병원 음압격리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박미연 팀장. /본인제공


국가지정 음압격리 병상 의료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 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명지병원 음압격리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박미연 팀장은 매일 오전6시30분 출근과 함께 팀 미팅 후 물품 현황과 환자 상황을 인수·인계받고 곧바로 보호복을 착용하고 환자들이 있는 음압병동으로 들어간다. 여덟 종류나 되는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데만 꼬박 20~30분의 시간이 걸린다. 격리병동의 특성상 입실 인원을 최소화하다 보니 이곳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본연의 업무 외에도 환자의 식사와 청소는 물론 환자의 개인적인 요구까지 모두 해결해줘야 한다. 박 팀장은 “대부분의 환자가 의도치 않게 감염되다 보니 자신도 피해자라는 생각에 짜증이나 불만이 많이 쌓여 있다”며 “이들이 유일하게 접하는 대상인 간호사가 그것을 다 받아줘야 하는 만큼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코로나19 감염 공포에 확진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보건소 직원들도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울 용산구보건소 감염병관리팀의 임화섭 주무관은 요즘 오전8시30분에 출근해 종일 보건소를 찾은 시민들의 감염 여부를 검사한 뒤 오후9시30분이 돼서야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임 주무관은 “차라리 정해진 기한이 있다면 며칠만 더 고생하자고 마음먹을 수가 있는데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든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중국 우한 교민들이 격리 수용됐던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소속 경찰관이 교민이 묶었던 숙소 화장실을 정비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찰인재개발원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방역 지원업무를 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 우한 교민들이 묵었던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소속 이동규 생활치안교육센터장은 지난주 말 교민들이 퇴소한 후에도 내외부 방역과 시설 정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인재개발원 직원 150명 가운데 자발적 지원을 통해 선발된 여덟 명의 경찰관 중 한 명인 그는 “교민들이 처음 입소할 때만 해도 ‘굳이 위험한 일을 자처하느냐’는 큰아들의 걱정 섞인 꾸지람을 들었다”면서도 “다들 2주간의 격리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여객서비스팀에서 근무하는 신수정 차장은 요즘 드넓은 입국장을 원 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코로나19의 추가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발 승객들을 일일이 챙기기에는 인천공항검역소 인력의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공항공사 직원들까지 총동원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 차장을 비롯한 여객서비스팀 직원들은 입국장에 상주하면서 중국에서 온 승객들이 다른 승객들과 섞이지 않도록 안내하는 것은 물론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구매해 중국발 승객들에게 나눠주는 일도 도맡았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중국발 여객기 탑승객들이 공항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중국 전용 입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영종도=이호재기자


고된 일상의 연속이지만 이들을 버티게 하는 것은 시민들의 따뜻한 격려다. 1차 전세기편을 통해 귀국한 우한 교민 중 유증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을 맡았던 이 소방장은 “다음날까지 꼬박 밤을 새웠지만 ‘소방관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드린다’는 교민의 문자메시지를 받곤 피로가 눈 녹듯 풀렸다”고 전했다. 박 팀장도 “입원했던 환자들이 호전돼 퇴원할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며 “사소한 일에도 고맙다고 말해주는 환자분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현상·허진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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