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오후6시35분께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기자회견은 “도대체 왜 한 걸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내용은 없고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게 주였습니다. 굳이 대통령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죠.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처능력을 주로 설명했습니다. 이어 1년에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5,000명이나 된다며 “이것은 나에게 충격”이라는 물타기 발언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대가 유명한 존스홉킨스대학의 미국 방역에 대한 평가내용을 줄줄이 설명하더니 뜬금없이 판대기를 하나 꺼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스홉킨스대의 자료라며 미국이 전세계에서 전염병 대응능력이 1위라고 표시돼 있는 세계지도를 들여 보였습니다. 미국 자랑이죠. 이후 그는 등급이 높은 영국과 유럽국가를 계속 소개하다가 우리나라의 이름도 댔습니다. “사우스코리아(south korea)도 베스트 등급(best rate)”이라면서요. 졸지에 우리나라가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을 받게 된 꼴이죠. 이 자료는 지난해 10월에 나온 ‘글로벌 헬스 안전지수(Global Health Security Index)’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195개국 가운데 9위입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어디까지가 미국 경제를 중시한 것으로 읽힙니다. 회견 초기에 “미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주가지수와 향후 경기를 중요시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우지수만 해도 3일 만에 2,000포인트 넘게 빠졌죠.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 축인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무게감이 큽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물동량이 많은 부산항이 영향을 받을까 걱정할 정도이죠. 항공편 중단이나 검역강화, 한 발 나아가 입국금지 같은 강경책을 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사실상 경제 때문입니다(실제 국무부는 우리나라 여행경보를 여행금지 직전인 3단계로 올렸습니다. 입국을 막지는 않았지만 경계는 강화하는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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