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이날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위축이 당장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기업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1·4분기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한은은 이마저도 코로나19의 확산이 3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 진정될 것이란 가정하에 전망한 수치라며 2·4분기에 반등할 지 여부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7일 경제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세계 경제 전망이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따라 좌우될 것이므로 불확실성이 크다”며 “지난 11월 경제전망 이후 국내·외 경제여건과 정부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2.1%의 성장률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 부총재보는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경기 상황이 3월 내에 정점에 이르고 2·4분기에는 좋아질 것이란 전제를 한 후 전망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 변화에 따라 업데이트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4분기 성장률 반등 가능성에 대해서도 불확실하다고 답했다. 한은은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고 일시적인 충격인 탓에 확산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근거를 들었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때 2.1% 대비 0.2%포인트 낮아진 1.9%로 전망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심리 증대 등으로 경제주체들이 대외활동과 해외여행을 기피하고 서비스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확산 당시에도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소비가 둔화했다. 다만 재화소비는 온라인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소비감소를 상쇄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정 부총재보는 “그간 감염병 유행 사례를 보면 경제 기조를 바꿀 정도의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코로나19 확산이 멈추면 불황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 경기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장기화하지 않으면 일부 만회가 가능한만큼 경제지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설비투자 성장률 전망치도 4.9%에서 4.7%로 하향조정됐다. 다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한은은 진단했다. 건설투자 성장률은 -2.3%에서 -2.2%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주거용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지속하겠지만, 사회간접자본시설(SOC) 등 토목건설 개선으로 감소 폭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 봤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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