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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韓, 중국인 입국 안막아 아쉬워...전염병 예방 프로토콜 만들어야"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재료과학과 교수

싱가포르, 초기에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 안정적 통제

韓 검역 등 통계 정확...미래 팬데믹 막을 자료로 가능

코로나 연구 거의없어 여름에 진정 기대는 도움 안돼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항바이러스 치료제 연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조 교수






국내와 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되며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유럽·동남아시아·중동으로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지역감염이 본격화돼 확진자가 1일 대구·경북 3,200여명 등 총 3,500명을 훌쩍 넘겼다. 사망자는 18명에 달했다. 세계적으로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싱가포르·MIT 공동연구기술원 감염병연구소’ 공동연구책임자이자 항바이러스 전문가인 조남준(48) 난양공대 재료과학과 석좌교수의 의견을 들었다. 조 교수는 한국의 코로나19 사태 대처능력에 대해 긍정 평가하면서도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 중국인의 입국을 막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10여 차례에 걸친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

-난양공대 등 싱가포르 현지 대학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싱가포르 대학들은 지난 1월7일 개학해 14일부터 수업에 들어갔다. 난양공대는 1월23일부터 중국에 다녀온 학생을 14일 동안 자가격리하고 2월1일부터 중국 유학생과 중국에 다녀온 학생을 전면 입국금지했다. 또 수강생이 50명 이상인 모든 수업과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컴퓨터에 로그인하기 전에 유의사항과 긴급경보를 띄우고 체온을 측정해 매일 두 번 보고하도록 한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상황도 비슷하다. 제 연구실에 칭화대 출신 인턴이 있는데 칭화대는 모든 연구실을 폐쇄한 후 교수·직원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온라인으로 강의를 한다고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조기에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는데.

△싱가포르는 74%가 화교로 구성된 조그만 도시국가로 경제적으로 중국과 밀착돼 있다. 하지만 아주 단호하게 중국인의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한 것이다. 1월29일부터 중국 후베이성 출신의 입국을 차단했고 2월1일에는 모든 중국인을 포함해 중국 여행 이력을 가진 사람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상황이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입국제한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싱가포르 경제는 중계무역·금융·관광 등에 크게 의존한다. 싱가포르 인구가 총 585만명인데 2017년 약 1,740만명, 2018년 1,850만명, 2019년 상반기에는 78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했다. 이번 사태로 25~30%의 관광객 감소가 예상된다. 정부는 타격이 심한 관광 종사자들에게 1,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해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도록 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싱가포르적인 발상이다. 사태가 진정되면 의료계 종사자 중 월급이 5,000달러 미만이면 두 달 치, 5,000달러 이상이면 한 달 치의 월급을 보너스로 주기로 했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총리·장관 등 정부 고위관료와 국회의원들은 한 달 치 봉급을 반납하기로 했다.

조남준 교수.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어떻게 대처한다고 파악하고 있나.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통화하니 그쪽에서는 아직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다만 중국이나 한국에 다녀온 학생들에게는 1주일간의 자가격리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도 중국인에 대한 입국금지에 들어갔고 코로나19 발생지의 입국자를 대상으로 체온과 증상을 철저히 검사한다. 영국의 지인에게 물어보니 런던공항에서 중국인이나 중국 경유자는 체온과 증상을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탄 웬지에 중국 베이징과학원 교수의 논문과 씨에 양 미국 텍사스대 의대 교수의 논문을 보니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등을 통해 코로나19의 근원을 발견했는데, 우려되는 것은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환자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예방접종을 위한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세계 학계에서는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80여개의 치료제나 백신 임상시험에 대해서도 많은 의구심을 표명한다.

-치료제나 백신이 팬데믹 사태 국면에서는 나오기 힘든 것 아닌가.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개월 내 임상실험을 마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사용 가능 시점은 18개월 이후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 등에서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 등 기존 약을 재조합해 만든 약들에 대한 시험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임상실험이 국제기준을 따르지 않는다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어떤 연구개발( R&D)을 진행하고 있는가.

△2007년부터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바이러스 외피 지질 파괴 공법(LEAD)을 통해 약을 개발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지금은 4세대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법을 도입해 약을 설계하는 단계다. 2018년에는 네이처머티리얼에 지카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한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발표했다. 바이러스의 공통분모를 찾아서 타기팅하는 개념으로 변형되거나 새롭게 등장한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독성이 낮고 몸에 오래 머물러 효과를 높이는 3세대 약물 개발군을 개발해 미국 스탠퍼드대·NIAID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대구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등 지역감염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

△2월 초만 해도 싱가포르의 감염 사례가 한국보다 많아 사람들이 싱가포르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이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한국의 의료 수준과 청정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 경제적 타격을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말했듯이 어떤 나라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한국이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등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인가.

△지금은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지역감염이 확산되고 있어 중국인 입국금지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중국 유학생들 가운데 한국에 입국하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는 조속히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팬데믹이 이뤄진 중국이나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일본이 오히려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지 않은가.

조남준 교수.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한때 미국 등에서는 후한 평가도 나왔었는데.

△한국은 의료 체계가 우수하고 전문가 집단의 능력과 검진·정보 공유 측면에서 신속하고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보니 한국은 10만명가량이 코로나19 검사를 이미 받았다. 인도네시아와 인도는 아예 환자가 없거나 다 치료된 청정국으로 나오는데 검진이 제대로 안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현재까지 한국의 확진 능력이나 검진 숫자를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처음에 발생했을 때 중국인의 입국을 막았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거듭 남는다.

-코로나19는 온도가 높아지면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는데.

△코로나19는 비말(재채기나 기침할 때 튀는 침방울) 상태로 전파되는데 겨울에 실내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전염률이 높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로 연구된 것이 거의 없다. 이 바이러스는 지속성이 강할 개연성이 있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싱가포르에서도 100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세계적으로 퍼지는 추세다. 여름철에 감염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도움이 안 된다. 당장 올봄에 글로벌 팬데믹으로 진행될 우려가 높아 세계적으로 긴밀하게 연계해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세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제시한 통계의 신뢰도에 의문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방역·예방·검역·치료에 관한 통계자료는 정확하다고 보고 있어 미래의 팬데믹을 막는 데 주요 자료로 쓰일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세계가 어떤 준비를 했는가. 이제는 세계가 일일생활권이다. 한국의 방역·검진·진단·치료 경험을 토대로 전 세계가 따를 수 있는 전염병 방역·예방 프로토콜·스탠더드를 만들어야 한다. 의학적으로는 검진·예방, 치료제 개발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적·의학적 관점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코로나19는 메르스나 사스처럼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처음에 동물을 통해 전염됐다. 앞으로도 어떤 변종이 나타날지 모른다. 어느 시대나 전염병이 창궐했듯이 알 수 없는 ‘디지즈 X’가 발생할 것이다. 비누로 손 자주 씻기와 마스크 쓰기를 실천하지 않으면 공동체를 해치는 숙주가 될 수 있다. 가금류와 새 등 살아 있는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날고기와 덜 익은 고기도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He is..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 석사 학위와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위장학·간병학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그의 연구팀은 공학적 접근 방식으로 생의학 문제를 해결하면서 연구 결과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질병 치료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의 과학적 업적이 외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아직까지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지 않은 사스나 메르스 등의 코로나바이러스와 지카바이러스 등을 치료하는 독창적인 항바이러스 약물을 개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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