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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 "20만원 투자해도 'AI PB'가 자산관리...'금융의 페북'될 것"

[CEO&스토리]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 인터뷰

게임 개발하다 벤처캐피털로 옮기고

'IT+금융' 결합한 자산운용사 세워

직원의 70%가 개발자…핀테크도 테크핀도 아닌 '테크회사'

소액으로도 맞춤형 간편투자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 '핀트' 선봬

인공지능 엔진 '아이작'이 투자 담당

수익률 1등 아닌 항상 상위 30% 추구

2~3년내 고객 100만명 확보가 목표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자산운용 대표 / 권욱 기자




“‘로보어드바이저’라고 하면 펀드나 랩어카운트 같은 금융상품 중 하나로 흔히 생각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개별 금융상품이 아니라 개인들에게 맞는 금융 서비스인데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소액투자자들도 맞춤형으로 간편투자를 할 수 있는 ‘페이스북’ 같은 쉽고 편한 금융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국내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운용사 중 한 곳인 디셈버앤컴퍼니의 정인영 대표는 ‘핀트’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2013년 8월 창업 이후 약 6년 만인 지난해 개인투자자 대상 맞춤형 투자일임 서비스인 핀트를 내놓았다. 출시한 지 10개월이 흐른 현재 입소문을 타고 약 8,000명의 소액고객들이 핀트에 가입했고 이 가운데 약 5,800명이 실제 투자를 하고 있다. 총 80억원가량의 자금이 모였다.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성향에 대한 질문에 손끝으로 답하면 그날부터 알아서 돈을 굴려준다.

그간 투자자들의 반응에 정 대표는 고무돼 있다. 그는 “최저 가입금액이 20만원이고 모바일 기반이라 주로 20~30대 젊은층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정도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며 “넷플릭스처럼 쉽게 가입하고 쉽게 해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재가입하거나 재투자하는 고객이 40%를 넘는다”고 말했다. 슬슬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핀트 서비스가 여기까지 오게 된 핵심 동력은 기술 혁신이라고 정 대표는 강조했다.

◇페북 같은 금융 플랫폼을 꿈꾸며 창업=게임 개발자, 벤처캐피털 투자자, 엔씨소프트 투자경영실장, 그리고 사모전문운용사 대표. 정 대표는 자산운용사 사장으로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졸업 후 게임 개발자로 일하다가 벤처캐피털 업계에 들어가 투자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여기서 그는 오프라인 기반의 구식 기업이 정보기술(IT)과 만나 어떻게 유망한 온라인 기업으로 비약하는지를 봤다. 정 대표는 “쇼핑·소셜네트워크·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기술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이 벌어지는데 금융은 유독 낙후돼 있었다. 금융투자같이 많은 이들의 인생에 엄청나게 중요한 일에 대해 IT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 페이스북 같은 금융 서비스 회사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창업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거액자산가가 아닌 일반 대상 ‘맞춤형 투자자문 서비스’라는 정 대표의 비전에 공감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투자자로 나서면서 2013년 디셈버앤컴퍼니가 문을 열었다. 철저하게 기술 기반의 운용사를 지향하는 만큼 직원들은 금융전문가가 아닌 석박사급 엔지니어들로 뽑았다. 현재 직원 45명 중 70%에 달하는 인력이 개발자들이다. 정 대표가 디셈버앤컴퍼니를 “핀테크도, 테크핀도 아닌 그냥 테크회사”라고 말하는 이유다.



기술개발은 순조로웠을까. 정 대표는 “간편송금은 기술적으로 가장 쉽고 간편결제는 그다음으로 쉽다. 그런데 ‘간편투자’는 너무 어렵다”고 답했다. 간편투자 서비스를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두 가지인데 우선 투자를 책임질 인공지능(AI) 엔진이 필요하다. 이른바 로보어드바이저다.

빅데이터·머신러닝 등을 이용해 투자 수익률을 높일 매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빈도매매(하이프리퀀시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짜면 로리스크 하이리턴(저위험 고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투자엔진은 찰나에 벌어지는 자산가격 변동을 이용해 매매하기 때문에 수익을 누릴 수 있는 투자자의 숫자가 제한적입니다. 저희는 소수의 고액자산가를 위한 엔진은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투자자 숫자가 100만명, 1,000만명이어도 이들에게 균질한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엔진을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결국 개발에 착수한 지 약 6년여 만에 완성도 높은 엔진을 만들어냈고 영국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이름을 따 ‘아이작’이라고 명명했다. 아이작은 투자자 성향에 맞춰 원화 기반 10개, 달러 기반 10개 등 대략 20개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운용한다. 한국과 미국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투자한다. 정 대표는 “아이작은 1등 수익률 대신 항상 상위 30%에 드는 것을 목표로 끊임없이 계산한다”며 “아이작은 기가 막힌 수익률을 내는 월가의 헤지펀드 같은 존재가 아니라 적당한 수익률을 수많은 고객에게 꾸준히 줄 수 있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100만명을 위한 AI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겨냥=아이작 개발도 쉽지 않았지만 정작 어려운 기술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일임 서비스 ‘개인화 플랫폼’이다. 정 대표는 “결국 개인투자자의 성향, 자금의 성격에 따라 맞춤형 일임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해주는 플랫폼이 핵심”이라며 “IT 기업의 역량을 총동원해 개발한 이 플랫폼이야말로 디셈버앤컴퍼니의 진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 플랫폼에 ‘프리퍼스(preface·서문)’라는 이름을 붙였다. 책을 펼치면 처음 나오는 머리말처럼 고객을 처음 맞는 가상의 공간이라는 뜻이다. “고객이 가입할 때마다 프리퍼스는 개별 고객들을 위한 방을 하나씩 만들어줍니다. 고객이 그 방에 들어가면 처음 보는 직원이 아이작인 셈입니다. 고객이 아이작에게 ‘금을 더 사달라’고 주문하면 이에 맞춰 운용해줍니다. 모델 포트폴리오는 20개지만 고객 성향에 맞춰 수리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 숫자는 6만4,000개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1,000개, 1만개의 계좌를 프리퍼스가 혼자 컨트롤합니다. 수백·수천명의 PB 역할을 프리퍼스 혼자 하는 셈이죠.”

프리퍼스는 일종의 AI PB다. 그래서 컴퓨터 전원만 켜놓는다면 디셈버앤컴퍼니의 ‘사람 직원들’이 모두 휴가를 가도 아무런 문제 없이 고객들의 계좌가 운용될 수 있다. 정 대표는 프리퍼스 플랫폼에 현재 아이작·오픈뱅킹·제로페이까지 장착했고 앞으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결합할 계획이다. 개별 고객의 방 안 아이작 옆자리에 다른 직원들을 추가로 앉히는 셈이다.



그는 “고객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을 인생의 더 중요한 일에 쓰도록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서 “좋은 서비스를 팔면 고객은 모이게 마련이어서 2~3년 내 실투자 고객 100만명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 넘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79년 서울 △2002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졸업 △2003년 한국기업투자 투자전략팀장 △2008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2009년 엔씨소프트 투자경영실장 △2013년~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대표이사

“7년간 300억 쏜 김택진 뚝심의 투자 덕에 ‘핀트’' 개발 가능”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가 지난 2013년 창업을 하고 지난해까지 기술개발에만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우직한 투자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디셈버앤컴퍼니가 특별한 매출 없이 긴 시간 동안 수십명의 고급인력들을 채용해 투자엔진(아이작)과 플랫폼(프리퍼스)을 만들 때까지 필요한 자금줄 역할을 해줬다. 그가 투자한 금액은 초기 수십억원의 종잣돈을 비롯해 신주인수권부 사채 인수 등 지금까지 약 300억원에 달한다. 정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들은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가 지속적으로 투자를 한 것은 기술적인 우월함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디셈버앤컴퍼니는 일반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와 손잡고 간간이 펀드나 랩 상품을 만들기도 했지만 ‘핀트’ 개발을 위해 6년 여를 달려왔다. 정 대표는 “이제 기술적인 완성도와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초기반응도 확인한 만큼 외부 투자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어려움은 둘째 치고 조직운영과 규제의 난관들도 만만치 않았다. 정 대표는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해오는 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월가의 사모펀드 운용사처럼 고빈도매매로 소수를 위한 헤지펀드를 내놓자고 주장하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당장 크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왜 버려두냐는 것이었죠. 눈앞에 오가는 돈에 구성원들이 흔들리면서 ‘아, 이렇게 조직이 깨질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인을 위한 투자수단이라는 회사의 지향점에 동의하지 못하는 직원들은 결국 회사를 떠났습니다.”

물론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서비스를 외면한 것은 아니다. 2018년부터 사모펀드를 출시해 자산가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앞으로 운용업은 2개의 AI, 즉 인공지능(Artificial Investment)과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만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며 “주식·채권 등의 전통적인 자산투자는 인간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이기기 어렵지만 부동산·인프라·저작권 등의 대체투자는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별도의 사모펀드 운용조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고액자산가들을 위해서도 자동화된 투자를 제공하는 ‘1인 1사모펀드’를 내놓겠다는 게 정 대표의 야심이다. 그는 “인간 매니저가 운용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개수는 제한적이지만 아이작과 프리퍼스를 활용하면 고객 맞춤형으로 1억원짜리 사모펀드 100개도 운용할 수 있다”며 “지금은 규제 때문에 힘들지만 언젠가는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셈버(December)앤컴퍼니라는 사명은 가족과 같은 회사를 지향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추석컴퍼니’ ‘크리스마스컴퍼니’는 좀 어색하고, 일 년간 열심히 일하고 연말 명절이나 휴가에 훈훈하게 모이자는 취지에서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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