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와중에도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은 배경으로 지목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연기될 분위기가 감지된다. 상반기에 한국과 일본을 모두 방문하려던 시 주석이 방일을 미룰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확진자 수가 폭증하며 코로나19가 외교일정을 모두 잠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시 주석 방한 연기 문제와 관련해 “일본 언론을 보면 오는 4월로 추진되는 시 주석의 방일이 연기된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이번 사태가 빨리 극복되지 않으면 (시 주석의 방한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시 주석 상반기 방한’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외교가에서는 “사실상 연기를 시사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한중 외교당국 간 방한 연기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된 것은 전혀 없다”면서도 “상황을 봐야 한다. 상황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외교 일정 전체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도 시 주석의 방일과 관련해 “충분한 성과를 거둘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일중 간 소통을 통해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방일’이라는 공식 입장은 유지하면서도 방일을 연기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미 양국 외교당국이 시 주석의 방일을 연기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방한 시기를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상반기 방한이 무산될 경우 ‘중국인 입국금지’ 문제와 관련한 여론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암묵적인 한한령(限韓令)을 완전히 해소하고 양국 간 경제 및 인적 교류를 크게 늘리는 방안을 구상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중국과의 외교적 스킨십에 특히 공을 들여왔다.
/윤홍우·박우인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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