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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현정부 재정정책 지속 가능하지 않아...건전성 개선책 꼭 만들어야"

<차기 한국재정학회장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추경으로 국가채무비율 40% 넘었는데 너무 낙관적

나랏빚 2023년까지 계속 올라가...이대로는 곤란

상속증여세 등 손질해 기업들 부담부터 줄여줘야

부동산 잡으려 조세정책 동원하는 건 바람직 안해





차기 한국재정학회장에 내정된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가 3일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금 정부의 재정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


차기 한국재정학회장에 내정된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의 책무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현 정부의 재정 의존도가 과거 어느 정부보다 큰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국가부채가 더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지금 정부의 재정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재정상황을 어떻게 개선할지 반드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정책에 세제를 중심으로 한 투기억제책이 동원되는 데 대해 “부동산을 잡기 위해 조세정책을 동원해 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효과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박 교수와 만나 조세정책 전반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한국 경제에서 재정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우리는 대외 변동에 취약한 나라다. 이는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언제든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보다 더 건전하게 재정을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국가부채 자체는 주요국에 비해 적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중국 같은 강국은 재정이 불안해도 크게 의심을 사지 않는다.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가 강국이라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만큼 신뢰를 주는 나라는 아니다. 투자자들이 보기에 괜찮은 나라 정도다. 재정상태가 안 좋아지면 점수가 많이 깎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심스럽게 가야 하고 재정안정성을 중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재정상황은 어떤가.

△정부 예산이나 중기 재정계획 등을 보면 재정적자 규모와 관련된 상황이 좋지 않다. 정부가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부의 자세가 문제다. 재정계획 자체가 이상하다. 보통 한두 해 경제가 나쁘니까 재정으로 경제를 살려놓고 세수가 좋아지면 재정적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중기 재정계획의 마지막 해인 오는 2023년에 가도 적자가 줄지 않는다면 그때도 좋지 않다는 뜻인데 정부의 이런 자세는 곤란하다. 어느 시점이 되면 재정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재정정책이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얘기인가.

△이런 상태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규모가 아니라 그래프 모양이 문제다. 국가부채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2023년까지 계속 올라간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정점을 찍고 부채 규모가 하락하는 모습을 정부가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재정에 대한 정부의 자세가 너무 낙관적이다.

-코로나19로 11조원 넘는 추경까지 편성하면 국가채무비율은 더 올라갈 텐데.

△추경에다 세수도 좋지 않아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을 것이다. 중기계획에는 2023년에 46.4%가 된다고 돼 있는데 이보다 좀 더 높아질 것이다. 재정 추이 그래프를 보면 지금도 한계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올라가면 곤란하다. 지금 수준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나랏빚에 문제가 없으니 늘려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틀렸다. 다시 강조하지만 채무비율 상승세가 끝날 시점이 언제인지 정부가 말해줘야 한다.

-재정의 용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정부 본연의 임무가 있다. 첫째는 국방과 교육·사회간접자본(SOC) 등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이고, 둘째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소득 재분배다. 마지막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이다. 그에 맞게 써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가 너무 앞서 재정의 용처를 말한다. 소재·부품·장비에 쓰자, 수소차에 쓰자, 친환경에너지에 쓰자는 등 정부가 앞서나간다. 그렇게 예산을 편성하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곤란하다. 미국 등을 보면 정부가 앞서 지출 대상을 찾지 않는다. 민간에서 지원해달라는 사업이 있으면 위험이 있어도 도와야 한다. 경제단체 등의 요구사항을 검토해 괜찮으면 지원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예산을 지출할 때 민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지금은 기획재정부에서 큰 틀을 다 짜고 있다. 거의 독점이다. 이를 열어서 국민참여재판처럼 예산도 쓰고 싶다고 했을 때 민간에 견해를 물어보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거꾸로 의견을 받을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참여예산 같은 방식을 많이 쓰고 있다. 보통 그런 것을 하면 참여하는 주민들이 왜곡하는 부분이 있지만 참고할 수는 있다.

-예산이 새는 곳도 여전히 많은데.

△코로나19로 법인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도 줄어들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재정의 낭비요인을 줄여야 한다. 연구개발(R&D) 등의 지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의 경우에도 직접 농민의 생활이 나아지는 데 돈이 가고 농민 관련 기관에는 적게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낭비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지만 정부나 국회에서 자꾸 막힌다.



-세수가 모자란 만큼 세원확대가 필요할 텐데 세제 부분에서 수술할 곳은 없는가.

△소득세에서 양도소득 쪽을 개편해야 한다. 모든 자산에 과세할 수 있게 해 세원을 넓혀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법 해석이 너무 엄격하다. 부동산·주식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 열거하는 방식이다. 옛날에도 주식으로만 해놓으니까 양도성채권, 전환 가능한 채권처럼 변형시켜 과세 대상에서 빠져나가곤 했다. 애매한 부분을 이용해 온갖 파생상품이 생긴다. 소득세 자체를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확대와 감세 등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경제가 안 좋으니까 증세는 불가능하다. 감세할 것인가 아니면 지출을 늘릴 것인가인데 그냥 지출을 늘리면 적자가 너무 커진다. 감세하면 적자가 더 커지게 되니 결국 복지지출 같은 것을 줄여야 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다른 방식으로 민간을 도와줘야 한다. 규제 완화가 대표적 방안이다. ‘타다’나 의료 분야 등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성공하면 많이 벌어 세금이 더 들어오지 않겠는가.

-민간에서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실제로는 잘되지 않고 있다.

△결국 얼마나 규제 완화로 생기는 위험을 정책 책임자들이 감내하느냐에 따라 규제 완화의 폭이 결정된다. 화학물질관리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떨어져서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 위험을 최소화하려 하니 규제 완화가 안 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 관련 논란도 같은 줄기다.

-기업 활력을 위해 법인세나 상속증여세 등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다.

△법인세의 경우 세율 인하는 찬반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으니 법인에 대한 부담을 우선 줄였으면 한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투자상생촉진세제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투자를 일정 수준 이하로 하면 기업이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다. 2018년 법인세율을 올릴 때 이를 없앴어야 했다. 기업의 세 부담을 낮출 수 있고, 무엇보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 수준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세도 손을 봐야 한다. 지난해 상속증여 부분을 손질했지만 더 많이 해줘도 될 것 같다. 경영권할증과세처럼 너무 높은 것은 좀 줄여줘야 한다. 기업을 갑자기 상속받는데 내기 힘들다면 나눠 내도록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세제를 사용하는데.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시장에서 기능하지 않은 분야나 공공재라고 생각된다. 민간이 잘 하지 않는 서민을 위한 주택 등을 정부가 해야 한다. 뉴욕 집값이 몇십억원이라도 정부가 나서 이를 낮추라고 하지는 않는다.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억지로 낮춘다고 해도 곧 다시 돌아갈 것이다.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세금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작동하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으니 대출로 막은 것이다. 3억~5억원에 집을 살 수 있게 하거나 100만원 정도에 한 달 동안 지낼 수 있는 집을 서민에 공급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조세정책을 시장개입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

△임대주택이든 재건축이든 공급으로 수요공급 곡선을 만들어줘야 한다. 세율 등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R&D를 잘 안 하니까 세금 혜택을 더 준다든지, 전기차를 잘 안 타니까 지원하는 등 시장이 작동하지 않을 때 정부가 조세나 보조금 형태로 개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고가부동산에 대해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무조건 낮추겠다고 하는 것은 정부의 할 일이 아니다. 독점은 반독점법으로 막고 SOC는 정부가 공급해서 해결하지만 고가부동산은 논리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힘이 너무 세다. 비싼 집값 문제부터 온갖 곳에 관여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현금살포 등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여야를 떠나 과도하게 재정을 낭비하는 공약은 자제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국민들이 포퓰리즘 공약을 정말 잘 막아야 한다. 선거는 국민이 던지는 메시지다. 포퓰리즘을 차단하기 위해 능력 이상의 재정이 수반되는 공약들은 하지 못하게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헌법에 비슷한 규정을 둔 나라들도 있다. 예를 들면 지역에 SOC 사업을 따온 것을 홍보하는 것은 안 된다고 규정할 수 있다. 정치인 개인이 아니라 국가에서 지원한 것 아닌가. /김영기 논설위원 young@sedaily.com

he is…

1963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남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분석센터 선임연구위원 등을 거쳐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기금평가단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회의 전문위원,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법인세분과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4월 한국재정학회장에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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