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미국 전역에서도 확산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했다. 미국의 긴급 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더해 추가 금리 인하 기대로 달러 약세가 일어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아시아·국내 주식시장 급락세가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박을 받으며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92원5전으로 전날 종가대비 11원3전 올랐다. 1,190원5전으로 출발한 환율은 상승 폭을 조금 줄여 1,180원대 후반에서 오르내리다가 10시15분 이후 1,19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반등은 미국 워싱턴주와 테네시주, 뉴욕·뉴저지주에서도 연달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가 강해진 탓이다.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는 코로나19개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급락한 채 마감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0.5%포인트 낮추고 추가 금리 인하 기대도 나오지만 경기 둔화 우려를 상쇄하지 못하며 달러 약세를 제약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수 증가로 우려가 확대되고 대외 불안이 높아진 만큼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쳐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 심리가 커지거나 주식시장 급락세가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은 불가피하다. 지난달 말 1,220원대까지 올랐던 환율이 미국·캐나다·일본 등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3월 들어 1,180원대 초반으로 하락한 점도 환율이 다시 1,220원 선까지는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시장 변동성 지나치게 과도하면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 변동성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화 수요가 커지면서 달러화 자체의 강세로 인해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만큼 인위적으로 달러를 팔고 원화만 사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창균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국내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주식시장 내 외국인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라며 “국내 실물경제 불화실성이 커질수록 자본이동이 급격히 발생할텐데, 이후 주식시장 동향에 따라 정부가 외국인 자금이탈분에 세금을 매겨 수익률을 보전하거나 하루에 일정수준 이상 자금을 빼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