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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중국 일대일로 거점국 코로나 직격탄...허술한 통계론 해법 없어"

<제프리 글렌·Jeffrey S. Glenn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

이탈리아·이란 등 中과 관계 밀접한 국가들 초비상

뉴욕도 비상사태 선포...검사 본격화땐 확진자 늘것

2~3가지 약물 병용하는 '칵테일 요법' 치료에 효과적

코로나 퇴치 발벗고 나선 韓·싱가포르 대처법 주목

제프리 글렌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 /사진제공=글렌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해 12월부터 중국을 강타한 뒤 한국·이탈리아·이란에 이어 미국까지 본격적으로 옮겨붙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은 이탈리아와 이란은 중국의 내륙과 해상의 신(新) 실크로드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거점 국가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글로벌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의 바이러스 전문가인 제프리 글렌(Jeffrey S. Glenn, 사진·58)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를 인터뷰했다. 글렌 교수는 “전 세계가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코로나19의 습격에 허둥지둥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국이나 이탈리아·이란 등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인터뷰는 최근 일주일 동안 e메일과 전화로 10여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갈 수도 있는가.

△대규모 감염 사태가 빚어진 크루즈선이 샌프란시스코만에 입항한 것을 계기로 경각심이 커졌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등 아시아 출신 인구 밀집 지역에서 불안감이 높다. 뉴욕주는 비상 사태를 선포하는 등 긴박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아직 제대로 진단을 못하는 등 허둥대는 인상인데.

△그렇다. 광범위한 진단이 이뤄진다면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다. 메르스 때는 검진이 잘됐는데 이번에는 준비가 잘 안 돼 검진에서 오류가 많이 발생한다고 들었다.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1주일 동안 여기저기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저도 초기에 독감과 비슷하다고 봤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번 시즌 독감에 3,400만명이 걸리고 2만여명이 숨졌다. 코로나19는 전파력이 세고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위험하다. 미국은 밀집 생활이 적고 마스크 문화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아 그동안 마스크를 거의 안 썼다. 하지만 대도시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는 게 낫다.

-일본·인도 등에서도 검사가 미흡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데.

△진단과 검역도 준비가 부족하거나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검사가 본격화되면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다.

-다행히 중국은 확실히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

△중국에서 처음에 혼란이 많았으나 나름 과감한 조치를 통해 급한 불을 껐다.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11만명 이상의 확진자와 4,200여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 가운데 중국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8만명과 3,100명을 훌쩍 넘긴 상태에서 진정세로 돌아서 다행이다. 그런데 중국 광둥성의 과학자 얘기를 들으니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다시 공장 가동이 시작됐다. 무증상 감염 우려를 감안해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공중 보건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들이 적지 않아 걱정이다. 몽골 과학자 얘기를 들으니 현지에 환자가 많지만 검진 시스템이 미흡하다. 이탈리아와 이란도 감염 사태가 급속도로 번졌다.

-공교롭게도 최근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한 이탈리아와 이란이 중국의 일대일로 거점국인데.

△이탈리아나 이란은 중국인의 왕래가 활발한 곳인데 이곳을 기점으로 유럽·중동으로 많이 퍼질 수 있어 염려된다. 이탈리아는 중국과 지난해 3월 항만·도로·철도·항공·통신 등 인프라에서 협력하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밀라노 등 북부의 섬유·패션·피혁 회사를 중국이 대거 인수하거나 이곳에서 중국인이 일하고 있다. 경제·금융 중심인 북부 지역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어 전국적으로 이동제한령까지 내렸다. 이란 과학자의 말을 들으니 이란은 미국의 심한 경제 제재로 중국과 더 가깝게 지냈는데 의료물품·시설·대응체계 미흡으로 코로나 사망자가 발표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하더라. 중국은 앞으로 많은 경험과 의료설비·물품을 내세워 이탈리아 등 코로나 취약지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글렌(왼쪽)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연구원과 함께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사스·메르스와 비교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은.

△사스와 관련이 있고 메르스와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패밀리다. 다만 코로나19는 두 가지 다른 균주(Strain)가 있다고 최근 류지엔 베이징대 의대 교수(중국과학원 소속)가 논문을 통해 밝혔다.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처음 중국에서 시작했을 때는 굉장히 공격적인 ‘L’ 균주가 많았는데 이후 많이 퍼지지만 덜 공격적인 ‘S’ 균주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치사율이 중국·이탈리아·이란에서 4~6%인 데 비해 한국·미국·일본 등에서는 0.8~3%다. 각국 의료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균주가 더 많이 발현됐느냐에 따라 치사율 차이가 난다고도 볼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도 많은데.

△바이러스 지놈(유전자) 정보가 알려졌으며 치료제와 백신 설계를 시작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기본 과학 개념을 개발로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스와 메르스 신약도 유행이 지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그래서 코로나19 치료도 기존 약물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전염병이 유행할 때 신약이 준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물질이나 임상 단계에 있는 약물 중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 게 최선이다.

-중국 등에서 기존 항바이러스제의 재활용에 본격 나섰다.

△중국에서 다양한 치료 물질과 전통 한방 제품들을 시험하는 것으로 안다. 과거 에볼라 치료제로 임상2상을 하다가 부작용이 커 중단됐던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중국에서 임상3상을 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허가했다. 미국·일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임상에서 안전하다는 것은 증명됐지만 치료 효과는 낮았다.

-혹시 부작용 우려는.

△복용량과 기간, 약물 독성 여부를 따져봐야 하지만 지금은 환자 치료가 급한 상황이다.

-기존 2~3가지 약물을 병용하는 칵테일 요법을 쓰면 치료 효과가 배가되는가.

△바이러스에는 복수의 약물을 복용하는 게 좋다. 효능을 극대화하고 저항이 생길 가능성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불행히도 칵테일은 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19 같은 신종 바이러스는 물론 기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승인된 약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백신 개발은 더 어려운 과제인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뎅기열·사스와 같이 건강한 사람이 백신을 맞을 때 오히려 상태가 악화하는 항체 의존성 향상(antibody dependent enhancement)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미디어가 비현실적인 개발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 걱정된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제프리 글렌(오른쪽)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연구원과 함께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최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백신을 이르면 1년이나 1년 반 뒤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변이를 감안해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을 만드는 데 그 정도 걸린다는 뜻이다. 그를 매우 존경하나 그의 계획은 분명히 야심찬 것이다. 사스와 메르스를 보면 처음에 긴급하게 백신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사태 종식 이후 그런 요구가 사라지면서) 아직 승인된 백신이 없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가.

△지난 몇 년 동안 몇 개의 새로운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했고 장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동물 모델에서 효능이 입증된 두 약을 개발하는 중이다. 이 중 간염 델타 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임상3상 단계에 있는 인터페론 람다를 치료제 후보로 본다. 3,000명 이상의 D간염 환자에게 주 1~2회 주사했는데 독감과 사스에 효과가 있었고 부작용이 없었다.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 조언할 게 있다면.

△일반적으로 감염병을 다룰 때는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고 위기 관리를 잘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통합된 매뉴얼도 필요하다. 북한에도 감염 환자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국제 공조가 긴요하다. 통계가 정확해야 다른 나라가 대처할 수 있는데 중국이나 북한·이란·일본 등의 통계를 믿는 과학자가 많지 않다. 한국은 이번 사태에서 중국인 입국 제한 논란, 신천지 대처 미흡, 마스크 부족 문제 등 여러 혼선도 적지 않았지만 예방·방역·검진체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나름 양호한 편이다. 검진이 21만건을 훌쩍 넘는데 호흡기 검체 유전자 증폭 검사로 무증상 혹은 경증환자까지 가려낸다. 드라이브스루 검진법도 내놓아 미국이 참고해 시애틀부터 만들고 있다. 한국이 사태 종식 뒤 잘한 점과 고쳐야 할 점 등 감염병 대처 매뉴얼을 만들면 다른 나라도 참고할 것이고 보건의료·헬스케어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 사례뿐 아니라 중국과 교류가 빈번한데도 이번 사태에서 사망자가 없는 싱가포르의 대처법에도 주목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He is..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미생물학과 면역학 교수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는 연구팀인 ‘ViRx@Stanford’의 책임자이다. 임상적으로는 위내과와 간병학을 전공하지만 새로운 항바이러스제와 항암제 개발에 초점을 맞춘 연구팀을 지도한다. FDA 항바이러스 자문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바이러스와 암 치료 의약품들을 개발하는 회사인 이글바이오사이언스(상장), 아이거바이오제약, 이글인터내셜, 리보사이언스 등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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