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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복합불황에 대비 코로나 시나리오별 컨틴전시플랜 서둘러야"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코로나 상반기 끝까지 가면 수출의존도 큰 한국에 최악

경제·사회 전반 돌발상황 감안한 획기적 근본대책 시급

자영업 부실, 금융 등으로 전이 안 되게 연착륙방안 찾아야

한국의 대처 성패, 글로벌경제에 리트머스시험지 될 것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13일 서울 종로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상반기 전체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컨틴전시플랜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경제적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극적으로 진정돼도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상황에 따라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19가 1·4분기를 넘어 상반기 전체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며 “정부는 코로나19 진전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 부실이 더 튀어나올 것에 대비해 소프트랜딩(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산업과 금융이 동반부실에 빠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3일 김 교수와 만나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영향과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는 통화·재정 등 총수요 진작 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다.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생산과 소비활동이 둔화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과거와는 위기의 속성이 다른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고 규모가 더 크다. 2008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매개로 선진국부터 시작해 확산됐지만 이번에는 지역적으로 범위가 훨씬 넓다. 특히 선진국이라도 방역체계가 잘 정비돼 있다고 할 수 없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예측하기 힘들다. 사스 때처럼 1·4분기에 끝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그러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져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지면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다. 대비하지 못하고 터지는 불확실성이 가장 위험한데 지금이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성장률도 그만큼 가늠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성장률을 2.9%에서 2.4%로 낮췄는데 더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코로나19 확산을 어느 수준에서 막느냐가 관건인데.

△감염자 수를 줄이면서 지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재원의 최우선 순위를 방역에 두고 당국이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확산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천문학적으로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글로벌 차원에서 확산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국제협력을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미국 등으로 돌림병처럼 지속되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글로벌밸류체인(GVC)이 모두 와해된다. 적대적 관계라도 지금은 협력해야 한다.

-관심은 역시 중국이다. 국제기관들은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4%대로 낮추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성장률 하락 현상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대응책이 있다. 중국은 공표한 목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수출이 잘되면 빚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수출이 안 되면 유동성을 확대해 빚을 늘린다. 중국의 통계를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에는 일단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 다만 전염병 외에 잠재적 위험 요인이 있다. 바로 부채다. 중국은 민간 부채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코로나가 부채를 더 키웠다. 부채로 부채를 돌려막고 있다. 계속 나아가야 하는 외발자전거와 같은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중국의 제조업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는가.

△중국이 목표로 잡은 것은 ‘제조 2025’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구상이 어긋났을 것이다. 제조업 육성 플랜에 돈을 투입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인한 단기부양에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화웨이같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기업도 있겠지만 칭화대의 반도체 관련 펀드처럼 정부 돈으로 해외 기업을 사는 데 어려움이 생겼을 것이다. 물론 코로나로 유럽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중국으로서는 값싸게 인수할 기회도 갖게 된다.

-미국 경제는 견실했는데 코로나19에 유가 문제까지 불거져 상당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10년 이상 확장해온 미국 경제는 지난해(2.3% 성장)에 이어 대선이 치러질 올해도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코로나19에 이어 유가 문제까지 불거졌다. 관건은 미국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인가이다. 방역에 어려움을 겪으면 호황은 끝날 것이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다국적기업들은 현 상황이 길어지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당장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은 베어마켓(약세장)의 신호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증시의 높은 변동성을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바이러스의 실체적 위험과 투자자들의 공포 두 요인으로 설명했다. 1929년 대공황 당시 실업 공포로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아 상황을 더 악화시켰듯이 바이러스에 대한 소문이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방역정책의 성공 여부가 전 세계 투자자들의 공포를 누그러뜨릴지 가늠할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크다는 것인가.

△한국의 대응 상황이 다른 나라의 방역과 글로벌 경제에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것이다. 일본 등과 달리 한국의 코로나19 통계는 투명하다. 코로나19 사태를 대구·경북에서 제한하고 수도권의 집단감염을 최대한 막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 경제와 다른 나라의 방역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고 그만큼 세계 경제도 빨리 회복될 것이다. 반대로 한국에서 코로나가 계속 퍼지면 세계 경제에도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재원을 방역에 집중 투입하면서 사회적 소외계층과 자영업자·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사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말과 실제가 다르면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매우 큰 나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급망이 훼손돼 생산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500억달러를 제공하고 주요7개국(G7)이 협력을 얘기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주요20개국(G20)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세상이 변했다. 자국우선주의의 대두로 국제공조가 예전보다 취약하다.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면 그만큼 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1·4분기에 끝나면 2% 성장은 가능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1·4분기에 끝나지 않으면 재정을 투입해도 어렵다. 2·4분기로 이어지면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끊임없이 할 것이다. 한국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글로벌밸류체인은 작동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부는 코로나19 진전 단계에 따른 시나리오별 정책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물론 최선의 그림은 코로나 사태가 우리나라에서 1·4분기에 끝나고 다른 나라에서도 정리되는 것이다. 우리가 1·4분기에 잘 막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진정되지 않으면 수출입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도 상반기 전체로 이어지고 다른 나라도 계속되면 최악이다. 정부가 다른 정책조합을 만들어도 상황 타개가 쉽지 않게 되므로 그만큼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11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추경 증액론도 나온다.

△재정을 풀어도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부채가 많은 기업의 부도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당장 여행이나 항공, 요식·숙박 업체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해법 마련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감세도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고민하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금융 시스템이 망가져 일어난 사태가 아니기 때문에 종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규제개혁 등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권 임기 중반을 넘은 지금은 잘 짜인 정부의 실천전략이 필요하다. 경제개혁을 하려면 이해당사자들의 관계를 따져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우선순위를 잘 살펴야 한다.

-코로나19로 자영업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 부실이 상당 부분 튀어나올 것이다. 방역이 효과를 내지 못할수록 부실은 더 빨리 불거질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겠지만 한계가 있다. 부실 문제가 표면화할 경우 정리비용 최소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자영업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업 문제가 생기고 금융부실로 이어질 것이다. 소프트랜딩이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자영업에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쟁력 없는 사람들의 신규 유입을 억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코로나19로 산업과 금융이 복합불황을 맞을 가능성은 없는가.

△당장 항공과 여행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산업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금융으로 파생될 수밖에 없다. 일부 금융회사들의 부실 수준은 이미 상당히 높아졌다. 정부는 산업과 금융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마스크 대란에서 보듯 행정체계의 매뉴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대처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디테일한 매뉴얼이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종합적인 컨틴전시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레드테이프(관료주의)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

/김영기 논설위원 young@sedaily.com

He is…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와 미국 툴레인대에서 경제학 강의를 했으며 2007년부터 4년 동안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을 맡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국 초빙연구원, 산업은행 혁신위원장, 한국경제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60여편의 거시·금융· 국제경제학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했으며 최근 ‘빅픽처 경제학, 위험한 글로벌 시대를 항해하는 기술’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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