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전히 판매사들은 뚜렷히 답하지 못합니다. 금융당국도 신뢰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집니다.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이리저리 알아보지만 결국 손실만 떠안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큽니다.”
1조6,000억원대 사모펀드의 환매를 중단했던 ‘라임 사태’의 손실 규모가 드러난 지 약 한 달이 됐다. 그러는 사이 그간 뉴스를 도배하던 관련 소식도 다소 잠잠해졌고 그 자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는 순간에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분노를 느끼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금융당국은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진입 장벽을 높이고 판매를 제한하는 대책을 내놨다. 잘못된 판매를 일삼는 금융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즉 규제 강화라는 맥락에 있는 정책들이 연이어 진행된 것이다. 물론 소비자를 단순한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얼빠진 금융사들에 규제의 고삐를 당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만 강화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모펀드 사태들은 물론 ‘모럴해저드’에 빠진 금융사, 섣불리 규제를 풀어주고 관리는 부실하게 한 당국의 합작품이다. 하지만 그만큼 고착화된 저금리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은행 예금이자가 얼마 되지 않는데 조금이라도 얹어주겠다는 데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사태를 키웠다는 말이다. 게다가 기준금리가 사상 초유로 0%대로 접어든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점은 우려를 더 키운다. 결국 적정한 관리를 받으며 투자할 수 있는 판, 침체한 공모시장에 대한 지원 및 활성화 방안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다. ‘프로들의 세계’인 사모펀드의 진입 장벽을 높였으면 그 판에 끼지 못하는 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지 않겠나. 정부 당국이 공모시장 지원이라는 밀린 숙제를 빨리 끝내기를 기대한다.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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