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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꽃가루서 플라스틱 소재...'실수'가 만들었죠"

조남준 싱가포르 NTU 교수

꽃가루 깜빡잊고 용액에 방치

젤처럼 유연한 연성물질 발견

화장품 소재·음식 포장재 등에

5년후부터 상용화 가능할 것

조남준(왼쪽)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재료과학과 교수가 수브라 수레시 총장 등과 꽃가루를 활용한 연성 플라스틱 재료 연구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NTU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나 꿈의 신소재인 ‘그래핀’처럼 과학 연구가 우연한 계기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꽃가루로 플라스틱 소재 등을 만들 수 있는 연구도 이렇게 나왔죠.”

조남준(48·사진)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재료과학과 교수는 22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약 개발을 위해 꽃가루로 약물전달시스템(DDS) 연구를 하다가 젤 같은 플라스틱 연성물질을 만들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 석사와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의대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DDS 연구를 위해 겉이 딱딱한 꽃가루를 활용하다가 이를 부드럽고 유연한 물질로 바꾸는 방법을 6년 만에 찾았다.

조 교수는 “DDS 연구에서 꽃가루를 깨끗하게 씻어 속을 잘 비워놔야 하는데 보통 6시간 동안 알칼리성 용액에 담아놓는다”며 “대학원생이 실수로 꽃가루를 꺼내지 않고 금요일에 퇴근했는데 월요일에 와보니 흐물흐물한 젤처럼 변해 있었다”고 술회했다. 이때 꽃가루를 다양한 용도로 바꿀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 꽃가루는 그냥 보는 것과 달리 ‘유기체의 다이아몬드’라 불릴 정도로 바깥쪽 벽(외막)의 주성분(스포로폴레닌)이 굉장히 단단해 이를 잘 활용하면 다른 물질을 만들 수 있다.

그의 연구팀은 외막 중에서도 가장 바깥층인 시멘트층을 제거한 해바라기 꽃가루를 알칼리성 용액에서 최대 12시간 배양한 결과 외막과 내막이 모두 유연해지고 입자가 부풀어 올라 젤처럼 변하는 것을 관찰했다. 꽃가루 입자를 72시간 배양하니 부드러운 플라스틱 소재로 바뀌는 것도 확인했다. 조 교수는 “꽃가루에서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단백질을 제거하고 내막 안의 유전물질 등도 없애 속이 빈 알갱이를 만들어 플라스틱 재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조남준 난양공대 교수가 꽃가루 마이크로젤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TU


활용 가능한 꽃가루는 해바라기·옥수수·카멜리아·로터스·개나리·아카시아·소나무·양귀비 등 매우 다양하다. 그는 “꽃가루가 석유화학 물질인 플라스틱에 비해 친환경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재료비도 더 저렴하다”며 “아프리카나 뉴질랜드·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풍부하게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꽃가루를 가공하면 화장품 소재, 음식 포장재, 의료용 붕대, 자동차 선탠 소재 등으로 우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의 결과물이 지구촌의 골칫거리인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 자연풍화에 의해 잘게 부서지거나 세안제와 치약에 들어 있는 스크럽제와 공업용 연마제 등이 바다로 흘러들어 환경을 해치고 이를 먹은 물고기를 다시 사람이 먹는 악순환을 일컫는다. 그는 “꽃가루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동물실험도 해야 한다”며 “글로벌 생활용품업체나 화장품업체·화학업체 등에서 기술이전을 해달라고 하는데 이르면 5년 뒤 점차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플라스틱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에 이번 연구가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다”며 활짝 웃었다. 연구 논문은 지난 20일 네이처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됐으며 교신저자는 NTU의 조 교수, 수브라 수레시 총장, 송주하 조교수이고 공동 제1저자는 판 텅페이 박사와 박수현 박사과정생 등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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