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토스 ‘메기 공습’ 앞두고
증권사 디지털혁신 선택 아닌 필수
미래에셋 앱 하나로 80곳 자산관리
삼성, IRP계좌도 비대면으로 개설
해외주식부터 부동산까지 맞춤관리
NH투자증권(005940)의 올해 들어 새로 개설된 비대면 증권 계좌는 작년 말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22만5,000건(24일 기준)이 급증했다. 이는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하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DB투자금융,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003470), 유진투자증권, 대신증권, 이베스트증권, KTB증권 등 13개 국내 증권사의 비대면 계좌 신규 개설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1·4분기(3월 24일 기준) 비대면 계좌의 증감률은 월평균 32.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11월 월평균 증감률 20.52%보다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비대면 계좌의 급증은 증권의 디지털화가 이전보다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는 한편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토스의 증권사 설립 등 ‘테크핀’을 장점으로 하는 후발 주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기존 증권사들에 디지털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이 때문에 디지털 혁신이라는 화두는 올 초 증권사 CEO들의 신년사에서도 가장 앞자리를 차지했다.
관련기사
증권사들의 디지털 혁신은 조직 변화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전담하고 주도할 조직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다. 일례로 NH투자증권은 2018년 디지털 전략총괄 사업부와 자산관리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디지털 솔루션 본부·디지털 영업본부를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디지털 혁신본부를 신설해 속도를 이행 속도와 추진력을 한층 강화했다. 디지털 전략총괄 사업부에서는 지금까지 21개의 관련 프로젝트를 제안했으며 현재 관련 부서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본부를 설립하고 신규 비지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각 엉업점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둬, 영업점 업무보고를 자동화하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개발하고 이를 전사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SK증권(001510)의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조직은 디지털금융사업부다. SK증권은 올해를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의 혁신 원년으로 삼고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플랫폼,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협업을 통한 사업확장, 신기술 도입을 통한 지능형 상품과 서비스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경쟁자로 등장한 카카오페이증권이나 토스 증권이 가진 플랫폼 파워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들과의 접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과 서비스 개발에도 한창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앱 하나로 은행(20개)·증권(12개)·보험(35개)·카드사(16개)의 자산과 거래 정보뿐만 아니라 국세청 현금영수증 등록 내역, 부동산 실거래가격까지 조회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 ‘엠올’을 선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기존 카카오뱅크 고객이면 별다른 추가 정보 없이 주식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이외에도 해외주식 소수단위 투자 서비스, 온라인쇼핑 금융투자 상품권 등 다양한 디지털 혁신 금융 서비스도 차례차례 선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해외주식 수수점 주식 구매 서비스와 함께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인 카사코리아, 개인투자간 주식대차 플랫폼 디렉셔널 등 혁신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KB증권은 비대면 증권 계좌 개설 서비스의 보안성과 효율성을 더 높이기 위해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하반기에 도입할 계획이며 삼성증권은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도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출시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수백만명 이상 수백만 명 플랫폼을 앞세운 신규 디지털 증권사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되면 현재로서는 기존 증권사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며 “디지털 혁신은 증권사의 사활을 건 승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