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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영업 손실 30조에도 당국은 뒷짐.."혁신도 비전도 없다"

[제로금리 역풍맞은 보험산업]

<상>본업으로 돈 못 버는 보험사들





지난해 보험업계가 본업인 보험영업에서 낸 적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적자 규모가 20조원을 넘어 매년 23조~24조원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더니 2018년에는 26조7,699억원, 지난해에는 30조4,409억원으로 최근 2년 사이 적자 규모가 훌쩍 커진 것이다. 본업에서 돈을 벌지 못하면서 보험업계는 지난해 10년 만에 가장 적은 순익(5조3,367억원)을 냈다. 점점 빨라지는 보험영업 적자의 증가 속도에 비해 이를 만회할 투자영업 이익 증가 속도가 둔화한 데 원인이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다.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보험금을 주기 위해 쌓아놓은 보험료 적립금의 평균 금리는 지난해 3·4분기 기준 4.22%다. 보험사들로서는 보유계약이 일종의 부채로 매년 4% 이상의 이자를 내는 빚을 진 것과 같다. 반면 보험료 적립금 등의 운용자산을 굴려 벌어들인 수익률은 3.5%에 불과했다. 보험사들은 보통 채권 등의 투자수익으로 보험영업적자를 만회하는데 최근 들어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차역마진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생보사들이 보유한 보험계약의 평균 금리는 2011년 5.8%에서 2018년 4.65%로 1.1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5.2%였던 운용자산이익률은 3.5%로 1.7%포인트나 떨어졌다. 매년 증가하는 이차역마진에 보험사들의 수익성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생보사들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최근 10년 사이 1%에서 지난해 0.35%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11.26%에서 3.87%로 급전직하했다.

보험계약 금리 하락 속 운용수익률 뚝…일부는 결손 우려

新회계기준으로 자본확충 부담도 커져 미래보다 생존 매몰

‘소비자보호’ 명분 겹겹이 규제…“과감한 육성정책 내놔야”



특히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이 2%대로 떨어지면서 역마진율도 사상 처음 2%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글로벌 확산으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동시에 커진데다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 시장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보험사의 역마진은 급속도로 늘어난다. 제로금리 진입도 모자라 또 한 차례 금리가 인하될 경우 일부 생보사의 결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0.92%포인트, 한화생명은 1.06%포인트의 역마진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산출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면서다. 국제회계기준(IFRS)의 제·개정을 담당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이달 중순 오는 2022년으로 예정됐던 IFRS17 도입시기를 2023년으로 늦추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시간만 연장됐을 뿐 까다로워진 건전성 요건에 맞춰 자본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미션은 변하지 않았다. 수익성 악화로 현금유보가 거의 불가능해진 보험사들로서는 채권 발행이나 증자 등으로 자금조달에 나서야 하는데 신용 리스크가 커지는 현재의 시장환경에서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손보업계 역시 수익성과 성장성이 동시에 악화하고 있다. 올해 손해율 관리와 수익성 회복을 경영목표로 내세우고 내부 시스템 정비에 착수했던 손보업계는 코로나19라는 때아닌 복병을 만나 고사 위기에 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선 경기불황이 예고되면서 기업보험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데다 최근 2~3년간 꾸준히 성장했던 장기보험 시장도 신계약 영업이 마비되면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생보와 손보의 당기순이익이 올해까지 3년 연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3년 연속 이익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는 점은 무엇을 시사할까. 우선 경영진으로서는 이익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다. 인슈어테크 투자, 헬스케어 등 신사업과 해외 진출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할 보험회사들이 생존을 위한 사투에 매몰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의미다. 한 중형생보사 대표는 “올해 벌어들인 신계약은 내년부터 계속보험료로 반영되면서 자산 성장 및 미래 투자의 자양분이 되는데 연초부터 신계약이 얼어붙으면서 당장 내년에는 성장 절벽에 부닥칠 위기”라며 “3년 연속 감익의 여파로 미래를 위한 투자조차 유보한다면 보험업계에는 희망이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보험업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는데도 보험산업을 육성해야 할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각종 규제 혁신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 자율화로 시장경쟁을 유도하고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도록 규제를 풀어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중삼중 규제만 있을 뿐 보험산업의 혁신을 유도할 정책도, 비전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보업계의 대표적 적자상품인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손해율이 각각 130%대, 100% 안팎으로 치솟았지만 올 초 금융당국은 물가 영향을 우려해 인상 자제를 압박했다. 사상 초유의 제로금리 진입으로 역마진이 급증하고 있지만 다음달 예정이율 변경 등 상품 개정을 앞둔 주요 생보사들은 연초 계획대로 0.25%포인트 수준으로 예정이율 인하폭을 제한하기로 했다. 예정이율은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거둬들여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로 보험사는 예정이율을 토대로 보험료를 정한다. 따라서 예정이율 하락은 보험료 인상을 의미한다. 갑작스럽게 보험료를 올릴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경쟁사에 밀릴 수 있다는 부담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을 당국이 허용하지 않아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상품 자율화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보험료를 인상할 때 당국과의 사전조율은 필수절차”라며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와 시장 위축으로 예정이율 인하폭을 늘릴 법도 하지만 업계가 미동도 하지 않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이 고성장기의 보험감독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보험사 고위임원은 “핵심규제 몇 개만 풀어도 보험사들의 자산운용과 시장 개척에 숨통이 트일 텐데 책임지기 싫어하는 영혼 없는 관료들이 뒷짐만 지고 있다”며 “저금리·저성장·저출산 등 ‘3저 시대’에 걸맞은 보호와 육성 중심의 과감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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