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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독일서 시작된 영공통과료

한국은 가장 힘없는 나라





하늘에도 길이 있을까. 있다. 산과 하천이 길을 막는 육지, 암초가 많은 바다와 달리 하늘은 사방이 트인 3차원 공간이어서 길이 없을 것 같지만 항로가 엄연히 존재한다. 항로를 정하는 기준은 최단 거리. 다만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최단 거리’라는 조건이 붙는다.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라고 해도 맞바람이나 난기류가 심한 공역(空域)은 오히려 기름값이 더 들어간다. 상업용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돈은 이뿐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영공통과료(over flying fee)를 받는다. 영토와 영해 위 영공을 지나는 대가인 영공통과료 책정 기준과 수입 규모는 나라별로 제각각이다.

‘내 땅 위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돈을 내라’는 주장이 처음 제기된 곳은 독일. 미국의 대중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1928년 11월호)에 따르면 1928년 3월30일 체덴(요즘은 폴란드 서부 체디니아) 지방의 자무엘 슈바르츠라는 사람이 루프트한자 항공사에 요구 서한을 보냈다. 고대 게르만 관습법에 따라 땅 위의 모든 것은 주인의 소유라며 ‘내 집 위로 날아가는 비용을 지불하라’고 주장한 것. 루프트한자 항공은 슈바르츠의 기발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독일 성문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득 없이 끝난 슈바르츠의 발상은 민간 항공에 의도하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 땅의 소유권과 마찬가지로 영공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각국은 영공통과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합국의 2차 세계대전 승리가 확실시되던 1944년 12월, 미국은 동맹국들을 시카고에 불러 국제민간항공조약을 맺었다. 골자는 영공 주권 명시. 일정 조건을 갖추면 주권국의 사전 허락이나 동의 없이도 영해를 지나다닐 수 있는 선박과 달리 항공기는 허락을 얻어야만 통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전쟁 직후부터 항공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요국들은 시카고 항공조약의 틀 속에서 외국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영공통과료를 받았다. 소련 시절 꽁꽁 묶었던 항로를 푼 러시아는 짭짤한 영공통과료 수입을 올린다. 영공통과료로만 보자면 한국은 여전히 가장 힘없는 나라다. 한국이 외국 민간항공사들에 받는 영공통과료는 약 15만7,100원. 유럽 주요국은 210만원씩 받는다. 일본도 한국의 8배 이상이다. 한국은 공역이 짧고 가늘어 많이 받을 수 없는 형편이 아니라지만 북한의 영공통과료는 일본보다 높다. 이명박 정부 이래 북한 영공 통과까지 막혀 연간 550억원의 비용도 들어간다. 정부는 정액제 대신 거리와 중량에 따라 차등을 줄 계획으로 알려졌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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