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로 떠오른 삼성전자 = 지난 2월 말,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하면서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지난 2월 24일 이후 이달 6일까지 31거래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팔아치운 물량이 17조 7,106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의 매도세를 피해가진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이후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6조 7,510억원어치 매도했다. 전체 매도액의 40%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면 외국인이 6조원 넘게 삼성전자를 매도한 기간 동안 개인이 6조 2,563억원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국민주로 등극했다. 사실상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개인이 받으면서 최근 한달 동안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7.14%에서 55.01%로 2.15%포인트 낮아졌다.
◇‘국민주’ 삼성전자, 목표가는 하향 조정 = 투자자들 만큼이나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는 주목하고 있다. 올 들어 증권사의 삼성전자 목표주가가 코로나19 여파로 상당수 하향 조정됐다. 투자의견 ‘중립(Hold)’으로 별도의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은 상상인증권을 제외한 21곳의 증권사 중 현대차증권·키움증권·신한금융투자·유진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KTB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 등 무려 9곳이 올 들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가장 최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증권사는 한화투자증권·KB증권·KTB투자증권 등 세 곳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7만원에서 6만원으로 내린 뒤 “코로나19 영향으로 스마트폰과 TV 등 주요 세트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해 2분기까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또 KB증권은 기존 7만원에서 6만 5,000원으로 목표주가를 조정한 뒤 “IM(모바일)과 CE(가전) 출하감소 영향으로 올 1분기 실적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KTB투자증권도 “코로나19 영향은 올 2분기부터 발생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7만원에서 6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증권업계 “삼성전자, 올 1분기 저조한 실적 전망” = 증권사들은 목표주가 하향과 동시에 올 1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21곳 증권사의 추정치 평균은 매출액 55조 4,929억원(+5.32% YoY, -7.86% QoQ)과 영업이익 6조 1,231억원(-2.22% YoY, -14.88 QoQ)으로 내다봤다.
오는 7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6일 실적 프리뷰를 발간한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두 차례에 걸쳐 5조 7,000억원으로 조정됐다”며 “부문별 영업이익 추정치는 △반도체 3조 7,000억원 △DP(디스플레이) -6,000억원 △CE(가전) 5,000억원 △IM(모바일) 2조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M 부문과 DP 부문의 연간 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8조 5,000억원과 1조 9,000억원”이라며 “하이엔드 스마트폰의 판매 둔화를 중점적으로 반영해 영업이익을 보수적으로 추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1개사 평균치보다 낮은 매출액 및 영업이익 전망치를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51조원(-2% YoY, -15% QoQ), 6조원(-4% YoY, -16% QoQ)으로 추정한다”며 “IM 사업부 실적 하락이 예상보다 크고 비메모리반도체 일부 제품군에서 가동률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우호적인 메모리반도체 가격과 환율 여건으로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실적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부별 영업이익 추정치는 △반도체 4조원 △DP -4,000억원 △IM 1조 8,000억원 △CE 4,600억원”이라고 각각 제시했다.
◇‘1악재 1호재’ 삼성전자 6일 주가 ‘방긋’ = 6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62% 상승한 4만 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분기 부진한 실적 전망에 2분기 부진까지 점쳐지는 상황이지만 주가가 급등세로 마감한 것이다. 이는 지난주 전해진 ‘30% CAP(시가총액비중 상한제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 인덱스사업부는 “KOSPI200 등 지수 산출과 관련해 국내용 지수에 대해서는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 ‘30% CAP’을 적용하지 않고 해외용 지수에 한해서만 CAP 지수를 병행 산출하는 방안을 골자로 오는 22일까지 의견 수렴에 나선다”고 밝혔다.
김동원·공원배·황고운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KOSPI 200 추종 ETF 규모가 17~18조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30% CAP 규제가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ETF의 삼성전자 편입비중이 30%에서 1%p 상회할 때마다 1,700~1,800억원 규모의 패시브 매도 물량 출회 가능성이 상존했다”며 “그러나 4월 말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30% CAP 규제 폐지가 확정된다면 향후 삼성전자는 펀더멘탈과 무관한 패시브 매도물량에 대한 우려 완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wown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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