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닙니다.”
여의도 정치 9단이라는 한 정치인은 국회의원에게 선거가 어떤 의미인지를 이렇게 요약했다. 자신의 지역구에 얼굴 사진과 이름이 인쇄된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 감기몸살을 앓다가도 힘이 불끈 난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현직 의원에게 국회의원 배지는 말로는 형용하지 못할 자신감과 희열·무한책임감을 준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된 순간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파격적인 혜택에 초선 의원들은 당황하기도 한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장식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혜택 중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만 여전히 국회의원의 상징인 금배지의 매력은 짜릿하다. ★관련기사 8면
지난달 27일 마감한 21대 총선을 위한 253개 지역구 후보자 등록에 1,118명이 참여해 평균 4.4대1을 기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들 중에는 전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대학교수와 변호사, 약사·의사 등도 몰려 국회의원의 상징인 금배지를 향한 열기를 보여줬다.
국회의원에 대한 수당과 혜택을 보면 일반국민들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에게는 월급과 상여급 외에 매달 국회의원 수당과 입법활동비, 국회 회기 중의 특별활동비 등이 지급된다. 또 입법 및 정책개발비도 따로 주어진다. 공무상 여행할 때는 여비까지 받게 된다.
이뿐이 아니다.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4급 상당 보좌관 2명과 5급 상당 보좌관 2명 외에 6·7·8·9급 비서관 1명씩을 임용할 수 있다. 이들은 별정직 공무원 신분인 만큼 각 공무원 급수의 최고호봉에 준하는 월급을 수령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국회의원들은 친인척을 보좌관과 비서관으로 고용한 적도 많았다. 물론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자 국회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원의 배우자 또는 4촌 이내의 혈족ㆍ인척의 보좌관 및 비서관 임용이 금지됐다.
국회의원의 급여도 1억5,000만원을 훨씬 웃돈다. 실제 국회에 따르면 올해 국회의원 지원 예산은 2,377억6,200만원이며 이중 의원수당과 입법·특별활동비 명목의 예산은 462억2,400만원에 달한다. 국회의원 1인이 1년 동안 받는 총연봉은 상여금까지 포함해 1억5,188만원이다. 또 입법·정책개발비로 연간 2,779만원을 받고 정책자료 발간과 홍보물유인비로 1년에 1,200만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의원실 보좌관과 비서관 인건비로 의원실 한 곳당 4억9,000만원이 지급되며 사무실 운영비로 1년에 564만원, 차량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로 매달 146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의원이 되면 1년에 1억5,000만원까지 정치 후원금을 받아 의정 활동비로 사용할 수 있다. 한 전직 보좌관은 “국회의원에 대한 혜택이 많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인 점을 감안하면 연봉이 그리 많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하지만 양복 상의의 꽂은 금배지만큼은 돈과 바꿀 수 없는 그들만의 명예”라고 말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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