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내 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오피스 매각 주관사로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업 영역을 확장해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서울 잠원동 소재 사옥 매각 주관사로 같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선정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잠원동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잠원동 사옥은 현대제철이 2015년 현대하이스코와 합병 후 하이스코가 서울 사무소로 써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오피스 매각 주관사로 나선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시 자사 보유중이던 목동 사옥 매각을 직접 주관했었다. 다만 이번에는 계열사 부동산 매각작업을 맡은 것이어서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국내 대기업 집단은 그룹 보유 부동산을 매각할 때 투자은행(IB)이나 증권사 대신 계열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6년 삼성그룹이 태평로 사옥 매각 주관사로 에스원을 선정해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LG그룹도 공간 전문 서비스 계열사인 S&I코퍼레이션이 건물 매각 주관 등에 공동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화공플랜트, 전력·에너지플랜트, 건축, 인프라환경 뿐 아니라 자산관리 부문도 사업 영역으로 보유하고 있다. 미화·보안·수선 뿐 아니라 임대관리·임대차컨설팅, 매입·매각 컨설팅을 제공한다. 자체 브랜드로 ‘WESN’을 보유하고 있다. WESN은 동서남북의 영단어 첫 글자를 모은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관리하는 건물은 대부분 현대차그룹 계열사옥과 공장, 출고센터 등이다. 양재사옥과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 삼성동 오토웨이타워, 남양연구소, 현대카드 한남동 사옥, 현대차 아산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룹 계열사 및 비계열사의 232개의 건물을 관리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업 영역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주 구성은 현대건설(38.6%), 정의선(11.7%), 현대글로비스(11.7%), 기아차(9.3%), 현대모비스(9.3%), 정몽구(4.7%) 등으로 구성돼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강화되면 정의선 수석 부회장 보유 지분 가치 및 정 부회장이 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가치도 크게 뛴다. 다만 자산관리 부문의 기여도가 전체 매출(6조8,000억원)의 10% 선으로 적은 편이라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향후 상장 등을 추진할 때 미래 기업 가치를 보고 미진한 부분을 강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현대엔지니어링이 관리 중인 부동산에 대한 추가 매각 자문 등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 일부 계열사는 부동산 자산 매각과 관련해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잠원동 사옥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이 관리하던 건물이었던 만큼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평가,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주관사로 선정됐다는 해석도 있다. 잠원동 사옥은 지리적으로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7호선 논현역 사이 강남대로변이란 점에서 강점이 있다. 다만 지하 2층~지상 9층, 연면적 5,434㎡로 대규모 오피스가 아니다. 여기에 대지면적(998㎡)이나 건축면적(448㎡)도 적은 편이다. 개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노선상업 지역으로 리모델링 등을 하면 800%의 용적률이 기대되지만 난이도가 높은 매물이란 평가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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