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업계 이모 회장과 라임자산운용이 에스모(073070) 등의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는 과정에서 각종 투자조합을 내세워 ‘전주’ 역할을 한 세력이 검찰 수사망에 걸려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 회사에 있는 자금으로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식으로 연쇄적인 인수합병(M&A)을 벌여왔다. 이에 검찰은 이들의 주가조작이나 횡령·배임 혐의를 살피며 자금의 최종 종착지를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조상원 부장검사)가 지난 14일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에 대한 시세조종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한 A씨는 디에이테크놀로지(196490)와 에스모머티리얼즈(옛 네페스신소재)에 투자한 회사들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회사는 에스모가 각각 2018년 10월, 2019년 4월 인수한 회사들이다. 라임은 이들 회사에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대며 ‘기업 사냥’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세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A씨는 에스모를 무자본 M&A한 후 시세조종을 통해 83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는다. 남부지검은 A씨와 같은 혐의로 4명을 구속기소했는데 이중 3명은 2017년 6월 650억원을 유상증자해 에스모를 인수했던 세 개의 루트원투자조합 대표들이다.
그런데 A씨는 2019년 4월 에스모머티리얼즈의 전환사채 440억원치를 인수한 N투자조합의 대표를 맡았던 인물로 확인됐다. 또 A씨는 J사의 대표도 맡고 있는데 이 회사는 루트원투자조합과 이름이 유사한 루트원플러스의 계열사이다.
루트원플러스는 대주주를 통해 디에이테크놀로지와 연결된다. 루트원플러스의 대주주는 C사인데 C사는 2018년 7월 98억원을 들여 디에이테크놀로지 구주를 인수한 W투자조합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즉 검찰이 기소한 인물들이 연루된 루트원 유관 투자조합에서만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에스모 관련 세 회사에 투입한 것이다. 앞서 이들 회사의 인수를 주도한 사람으로 이 회장이 지목된 바 있다. 이 회장이 전면에서 경영을 맡았다면 루트원 계열은 ‘전주’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지휘한 인물로 ‘루트원’이라는 사명을 쓰는 또 다른 회사의 대표이사 J씨가 거론되고 있다. 본지는 A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루트원플러스와 J사의 전 대표이사 등에 문의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17년 6월 메타헬스케어투자조합을 통해 티탑스(030790)(옛 동양네트웍스)를 인수했다. 2017년 12월에는 에스모홀딩스(옛 리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에스모에 150억원을 투자하며 경영에 참여했다. 2018년 3월께에는 티탑스의 자금 225억원을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넣고 에스모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의 협의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단독] 엔터 ‘李회장’-라임, 2,200억 쏟아부어 기업 사냥.. 검찰, 전방위 수사]
한편 에스모 주가는 2017년 6월 루트원투자조합이 인수하기 전에는 1,000원대에 머물다가 인수 후 급등해 2018년 6월19일에는 1만5,650원까지 올랐다. 이후 주가는 서서히 하락해 5,000원대에 머물다가 지난해 9월 말 1,000원대로 급락했고 현재는 600원대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에스모홀딩스는 담보로 제공한 에스모 주식을 반대매매 당해 경영권을 잃은 상태다. 또 티탑스의 자금 225억원이 들어간 라임 펀드도 전액손실을 입었다.
/조권형·김기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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